베들레헴 ‘썰렁’…코로나 탓 성탄순례 올스톱

비성직자 참례 금지된 미사·예배 온라인 중계

“이웃과 음식 나누며 크리스마스 의미 되새겨”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지인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산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도시 베들레헴은 매년 성탄절을 전후로 많은 순례객이 모이는 장소다.

(베들레헴 AFP=연합뉴스) 요르단강 서안 도시 베들레헴에서 23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인이 성탄절을 앞두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거리를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베들레헴은 올해 성탄절을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 통행이 어려워지고 관광이 금지되면서 베들레헴의 성탄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요르단강 서안(웨스트 뱅크)과 가자 지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들 지역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야간 통행금지 조치 등을 시행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이브 이른 아침부터 이어지는 각종 성탄 행사들이 취소된 베들레헴 거리는 몇몇 현지 주민만 눈에 띌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년 이 시기 전 세계에서 모인 순례객들로 북적였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자정에 맞춰 열리는 성탄 미사는 성직자를 제외한 일반인의 참여가 제한됐다. 올해 성탄 미사는 TV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자 이미 많은 교구는 미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상태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성지 예수탄생교회 인근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루터 개신교 교회’는 올해 새로 카메라·음향 장비를 갖추고 ‘비대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교회의 먼서 아이작 목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시기 전 세계에서 모인 순례객이 가득했는데, 올해는 그런 일은 분명 없다”며 “축제 같은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어려움 속에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들레헴 지역 상인들은 관광객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들레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딘 바분은 올해 3월 이후 모든 여행 예약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바분은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부터 봉쇄조치가 이뤄지고 국경 통행이 금지되리라는 것을 알았다”며 “관광객들이 더는 이 곳을 찾을 수 없게 됐고, 내년까지도 모든 상황이 불확실해졌다”고 전했다.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파디 카탄은 “팬데믹 속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해 성탄절에는 무엇인가 배울 것이 있다”며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성탄절 시즌에도 한산한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 [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