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턴법원 배심원단 증거 부족 이유로 무죄 선고, 검찰 “재수사 사실상 불가능”
장녀 “재판서 참혹한 사진 보고 거의 실신…범인 풀려나 거리 활보하게 됐다”
지난 2024년 9월 벅헤드 매리언 로드 시니어 아파트에서 발생한 90세 한인 김준기씨 살해 사건의 용의자인 아파트 경비원 자넷 윌리엄스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풀턴카운티 고등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27일 윌리엄스에게 적용된 살인, 가중 폭행, 노인 착취 및 위협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사건 발생 1년 5개월여 만에 나온 평결이지만, 법정에서 살인 동기와 범행 도구가 끝내 제시되지 못하면서 “누가, 왜, 어떻게”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배심원단은 약 1시간 가량 심의한 뒤 평결을 내렸고 벨린다 에드워즈 판사는 법정에서 윌리엄스에게 “이제 법원을 떠나도 된다”고 말했다. 평결 직후 윌리엄스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2024년 9월 24일 애틀랜타 주택청(Atlanta Housing Authority) 소유의 매리언 로드 하이라이즈(Marian Road Highrise)에서 발생했다.
은퇴한 구두 수선공인 김씨의 시신은 같은 날 한인 간병인이 자택 주방에서 발견했다. 수사 문건과 법정 진술에 따르면 김씨의 자상은 54곳에 달했다. 피해자의 지갑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모자 1점이 사라진 상태였다고도 전해졌다.
당시 해당 아파트 보안 요원으로 근무하던 윌리엄스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2024년 10월 체포됐으며, 구금 중 보석이 거부되자 구치소 내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범행 추정 시간 직전 윌리엄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씨의 거주 층으로 이동하는 모습과 몇 분 후 바지가 찢어지고 안경과 마스크가 사라진 채 복귀하는 CCTV 영상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윌리엄스가 소지했던 붉은색 쇼핑백에서 혈흔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죄를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사건 현장에서 윌리엄스의 지문이나 DNA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한 수사 당국이 김씨의 냉장고에 남겨진 혈흔 묻은 손자국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등 초기 수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재판에서는 윌리엄스 소지품에서도 피해자의 DNA가 나타나지 않았고 윌리엄스의 근무복 등 여러 증거물은 혈흔이 음성 또는 불충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일부 핵심 참고인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기소가 진행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검찰은 범행 동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검찰은 최종변론에서 “동기는 반드시 입증해야 하는 요소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배심원단은 결국 검찰이 제시한 정황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본보는 앞서 이 사건 수사 초기부터 윌리엄스의 신병 처리 과정과 구치소 내 극단적 선택 시도 정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피해자 유가족은 당시 “담당 수사관이 텍스트로 윌리엄스가 구치소에서 아래층으로 몸을 던져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유족은 이전 예비 심리에서 재판부가 수사관과 검찰 의견을 받아들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이유(probable cause)’가 있다고 인정했고, 보석 심리에서 보석이 불허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 직후 고인의 장녀 박영기씨는 본보에 무죄 판결에 대한 강력한 충격과 분노를 표출했다. 박씨는 기자에게 “재판 중 칼로 난자당한 아버지의 사진을 보게 되어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다”며 “이 충격과 고통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씨는 이어 “극악무도하고 사악한 범인이 무죄 판결을 받고 버젓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게 된 현실이 원통하고 비통하다”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괴롭다. 자식 된 도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알려달라”고 본보에 호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톰 와이트 검사는 판결 후 “수사 결과와 모든 사실을 바탕으로 최선의 입증을 시도했으나 배심원단이 무죄를 결정했다”며 “일단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다른 사람을 상대로 동일한 사건을 다시 기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90세 한인 노인에 대한 잔혹한 살인 사건은 법적 단죄 없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허술한 아파트 보안 관리와 수사 미흡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