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부정확 이유로 여권 영문이름 변경 안 돼”

한국 법원, “출입국 심사에 문제…한국 신뢰도에도 타격”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여권의 영문 이름 표기를 바꿀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 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5년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원’을 영문 ‘WEON’으로 기재해 여권을 발급받았다.

그러던 중 2018년 기존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자 A씨는 그간 사용해오던 ‘WEON’을 ‘WON’으로 변경해 외교부에 여권발급 신청을 했지만 반려됐다.

‘WEON’ 역시 ‘원’의 표기 방식으로 통용되고 있으므로 여권법이 변경 사유로 정하고 있는 ‘여권의 로마자 성명이 한글 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리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 대리인은 “A씨는 해외 출국이 빈번하고, 여권과 신용카드에 기재된 영문 성명(WON)이 달라 해외 사용을 거부당하거나 여권에 기재된 영문 성명의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불편함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합리적 근거 없이 성명 변경을 거부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해외여행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했다.

A씨 측은 “원’을 ‘WEON’으로 표기하는 경우는 포털사이트 로마자 표기법에도 등록돼있지 않다”며 여권법상 ‘명백히 부정적 의미를 갖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은 외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권의 로마자 성명은 외국 정부가 우리나라 여권을 발급받은 사람에 대해 출입국 심사 및 체류자 관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라며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출입국을 심사하고 체류 상황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갖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돼 우리 국민의 해외 출입에 상당한 제한과 불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발음 불일치를 모두 변경 사유로 규정할 경우 여권의 로마자 성명 변경의 대상이 과도하게 많아질 우려도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법원은 “국립국어원에서 ‘WEON’은 ‘원’의 발음과 명백히 불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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