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안팎서 중대 시험대…국제 리더십·정국 주도권 직결

내달 초까지 굵직한 현안·일정 산적…내부에선 예산·버지니아 선거 과제

G20·COP26 참석차 유럽행…동맹 강화·대중견제·기후변화 리더십 주목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초까지 미국 안팎의 중대한 현안을 다루는 리더십 시험대에 섰다.

내부적으로 예산 처리,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등 중요 정치 일정이 있고, 바깥으로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라는 굵직한 국제행사가 잡혔다.

임기 9개월을 갓 넘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과 국제사회 위상을 가늠할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내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현안은 예산안이다. 그는 ‘더 나은 재건’과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기치로 4조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중 인프라 예산은 1조2000억 달러(신규 예산 기준 5500억 달러) 규모로 여야 초당파가 합의해 하원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적 인프라’라고도 불리는 나머지 3조5000억 달러의 사회복지성 예산은 공화당이 극력 반대해 민주당 자력으로 통과 가능한 예산 조정 절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등 당내 2명의 상원 의원이 대규모 예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2조 달러에 못 미치는 규모로 막바지 절충이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합의만 도출되면 다음 주까지 해당 예산안을 모두 처리하려는 목표라고 외신은 전했다.

내달 2일 예정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도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 가미돼 있어 놓칠 수 없는 일전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까지 26일 유세에 나서는 총력전을 펼치는 것도 이런 절박감에서다.

버지니아는 최근 4번의 대선, 또 5번의 주지사 선거 중 4번을 민주당이 이긴 우세지역이지만, 갈수록 후보 간 격차가 좁혀져 승패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8월 한때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8.0%포인트 가까이 앞섰으나 25일 기준으로는 2%포인트대의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도 중요한 정상회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동맹 복원, 중국 견제를 위한 포위망 구축 전략은 물론 국제사회의 최대 협력 과제로 꼽은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미국의 리더십을 엿볼 기회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6~27일 미-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다.

또 28일 이탈리아로 출국해 30~31일 G20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한다. 이 회의에선 국제사회의가 미국 주도로 합의한 디지털세 도입을 추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참석을 결정한 터라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첫 대면 G20 정상회의를 동맹 강화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핵추진 잠수함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도 잡혀 있다.

내달 1~2일에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로서 각국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자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복귀 입장을 밝힌 뒤 특사까지 지명해 공을 들여온 작업이기도 하다.

관건은 온실가스 배출 1위인 중국, 3~4위인 인도와 러시아가 얼마나 공격적인 목표를 내놓을지다. 이 결과는 미중이 갈등 속에 협력의 공간을 모색할 것인지에 대한 풍향계이자 바이든의 국제사회 위상을 평가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COP26 역시 화상으로 참석기로 해 얼마나 진전된 결론이 날지 미지수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은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꽉 차 있고 긴장도가 높은 유럽 방문 일정으로 10월을 마무리한다며 기후변화 예산이 포함된 미국의 예산 논의가 유럽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