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국경넘어…50년만에 돌아온 미군 참전용사 군번표

미국 관광객이 러시아에서 구입해 대사관 기증

군번표 주인은 10여년 전 사망해 부인에게 전달

50년 전 베트남 전쟁에서 잃어버렸던 미국 참전 용사의 군번표가 바다를 건너고 국경을 넘어 유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6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 노스다코타주 비즈마크시에 사는 루스 헤퍼는 최근 뜻밖의 유품을 건네받았다.

2007년 58살로 숨진 남편 로널드 헤퍼의 군번표였다.

생전 남편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67년 미 육군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는데, 1969년 6월 11일 전쟁터에서 크게 다치던 날 분실했던 군번표다.

당시 로널드는 발밑에서 수류탄이 터지면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한쪽 다리를 자르는 수술과 석달에 걸친 치료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고국으로 돌아갔다.

로널드는 전투 중 다친 군인에게 주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고, 비즈마크에 터를 잡고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냈다.

그러던 중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군번표는 51년이 걸려서 주인의 아내 곁으로 찾아왔다.

정확한 경로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한 미국인 여행객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운명처럼 군번표를 발견한 것이 결정적 실마리가 됐다.

이 미국인은 사비를 들여 군번표를 사들인 뒤 미 대사관에 전달했고, 다시 바다 건너 미 본토에 상륙한 뒤 워싱턴DC 재향군인부로 건네졌다.

제임스 허턴 재향군인부 차관보는 이미 고인이 된 로널드 대신 부인 루스에게 편지를 보내 “군번표를 돌려드릴 수 있게 돼 참으로 뜻깊다”고 말했다.

군번표를 대신 전달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참전용사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 특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이었을 군인들을 기렸다.

13년 전 눈을 감은 로널드는 무덤에서나마 젊은 시절의 한 조각을 되찾게 됐다.

노스다코타 주지사 트위터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