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계 시민 기소…”중국 정부 대리인 역할”

미중 상호 방첩 활동 강화…중국 “미국, ‘중국인 간첩’ 과장”

미중 갈등 고조 속 두 나라가 나란히 방첩 활동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계 미국인들이 양쪽에서 정반대의 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P 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15일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 리탕 량(63) 씨를 미국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중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량씨는 지난 9일 체포됐으며 이틀 뒤 보석금 2만5000달러를 내고 석방됐다. 그는 여권을 반납했고 전자 감시의 대상이 됐으며, 매사추세츠를 떠나거나 중국 정부 관리와 접촉하는 게 금지됐다.

매사추세츠 브라이튼 주민인 량씨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관리들에게 보스턴 지역 반중 인사·단체에 관한 정보와 사진을 제공하고 반중 활동가들에게 대항하는 맞대응 시위를 주도했으며 중국 공안부에 중국 교민 중 잠재적 채용 후보들을 제안한 혐의를 받는다.

보스턴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그가 접촉한 중국 관리들은 뉴욕 주재 중국 영사관 고위 외교관을 비롯해 중국 공안부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 관리들이다.

그는 2019년 8월에는 홍콩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보스턴은 홍콩과 함께 한다’는 행진에 맞대응하는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과 소통했고, 해당 반중 시위 참가자들의 사진을 중국 관리들에게 보냈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량씨가 중국 정부의 목표와 의제를 미국에서 은밀히 전개하려 했다고 밝혔다.

미등록 외국 대리인으로 활동한 죄는 최고 징역 10년, 벌금 25만 달러(약 3억3천만원)에 처할 수 있다.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SCMP에 해당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최근 몇년간 미국 정부와 언론은 ‘중국인 간첩’ 화제를 자주 과장하고 있는데 많은 경우 나중에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언제나 자국 시민이 주재국의 법과 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측의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중상모략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지방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미국에서 기소된 중국계 미국인 리탕 량씨.

미국에서 기소된 중국계 미국인 리탕 량씨.[매사추세츠주 지방법원 제공]

 

미국이 량씨 사건을 발표하기에 앞서 같은 날 중국 법원은 홍콩 태생의 미국 시민권자 존 싱완 렁(78) 씨에 간첩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렁씨가 간첩 혐의를 인정했다며 무기징역과 함께 정치권리 박탈, 개인 재산(50만 위안·약 9600만원) 몰수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렁씨는 미국 휴스턴 주민으로 미중 친선협회 등을 조직해 운영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량씨와 렁씨 사건은 미중 간 벌어지고 있는 간첩 색출전의 일부분이다.

중국은 지난달 말 간첩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반간첩법을 개정했으며, 기업 투자를 위해 정보를 다루는 컨설팅 업계에 대한 단속에 돌입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공안부 소속의 불법 비밀경찰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중국계 미국인 두 명을 체포해 기소했다.

그와 별개로 법무부는 같은 날 중국 등지에 거점을 둔 채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 중국 정부에 비우호적 발언을 하거나 민주화를 주장하는 인사들을 협박하는 등 활동을 해 온 중국 공안부 소속 ‘댓글부대’ 요원 34명을 궐석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월에는 미국 방산업체에서 일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간첩으로 포섭하는 데 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한 중국인이 미국에서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