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 위기, 빙산의 일각일 수도”

WSJ “빠르게 성장한 그림자금융도 위험에 노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해온 미국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지난달 파산한 은행들만큼은 아니어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정부와 기업, 가계의 총부채는 2009년 말 이후 90% 증가해 68조달러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은행뿐 아니라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가리키는 ‘그림자 금융권(shadow banks)’도 적지 않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그림자 금융은 이후로도 급성장했다.

WSJ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토대로 그림자 금융이 미국 내에서는 아직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해외에서는 있었다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의 ‘레고랜드 사태’를 거론했다.

당시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선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되면서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작년 9월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발표한 뒤 국채 가격이 폭락한 여파로 주식·채권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크게 기댔던 연기금이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사례도 언급됐다.

그림자 금융 가운데 특히 비은행권이 중소기업들에 대출해주는 ‘사모 신용(private credit)’의 성장이 눈길을 끈다.

IMF 자료에 의하면 사모 신용은 2008년 초 이후 6배에 육박하는 1조5000억달러로 늘었다.

고수익 채권 또는 레버리지론 시장보다 더 큰 규모이며, 이들 세 시장의 가치는 4조4000억달러로 모든 은행의 상업 및 산업 대출 2조7000억 달러보다도 많다.

IMF는 사모 신용에서는 지난달 SVB 사태 때와 같은 대규모 인출 사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SVB와 같은 긴축 압력에 직면해 신용 경색을 악화하고 경기 하강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식이나 채권, 은행의 대출보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론적으로 WSJ은 “은행과 같은 파산 드라마까지는 아닐지라도 불안은 계속 금융 시스템에 스며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은행권 위기가 일부 은행에 국한되겠지만 대출을 조이고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증가하게 할 것이라는 4월 신용 투자자 조사 결과를 내놨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