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환자 혈당관리 10년 전보다 더 나빠져”

미국에서는 당뇨병 환자들에 대한 혈당 관리가 10년 전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존스 홉킨스 대학 보건대학원의 엘리자베스 셀빈 역학 교수 연구팀이 20세 이상의 남녀 당뇨병 환자 6653명에 대한 20년 간(1999~2018)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2일 보도했다.

이들은 치료를 통해 장기적인 혈당을 나타내는 당화혈색소(A1c)가 7% 아래로 떨어지는 비율이 1999~2002년의 44%에서 2007~2010년에는 57.4%로 높아졌는데 2015~2018년에는 오히려 50.5%로 뒷걸음질을 쳤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당화혈색소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나타낸다. 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5.7~6.4%인 경우 전당뇨로 간주된다.

이와 함께 당뇨병 환자들의 혈압 관리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압이 140/90mmHg 이하로 관리되는 비율은 1999~2002년의 64%에서 2011~2014년에는 74.2로 크게 높아졌다가 2015~2018년에는 70.4%로 역시 뒷걸음질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도 한 때 좋아졌다가 다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130mg/dl 이하로 관리되는 비율이 1999~2002년의 25.3%에서 2007~2010년에는 52.3%까지 크게 올라갔지만 2015~2018년에는 고작 55.7%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혈당,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등 이 3가지 위험요인의 종합 관리율도 1999~2002년의 9.0%에서 2007~2010년 24.9%까지 올라갔다가 2015~2018년에는 22.2%로 다시 미끄러졌다.

이는 미국이 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경고신호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수백만 당뇨병 환자가 당뇨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러한 당뇨병 관리의 악화로 이미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이 결과는 지난 10년 사이에 뭔가 당뇨병 관리를 후퇴 또는 지연시키는 변화가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2008년에 결과가 발표된 2건의 대규모 임상시험(ACCORD와 ADVANCE)이 이러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연구팀은 지목했다.

이 두 임상시험 결과의 핵심은 혈당을 크게 떨어뜨리기 위해 공격적인 치료를 시행하면 심혈관 합병증과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2형 당뇨병 환자 1만251명(평균연령 62세)이 대상이 된 ACCORD 임상시험에서는 당화혈색소 6.0% 이하를 목표로 집중치료를 받은 그룹이 당화혈색소 7.0~7.9%를 목표로 표준치료를 받은 그룹보다 사망자가 더 많이(257명 대 203명) 나와 임상시험은 3.5년 만에 종결됐다.

ADVANCE 임상시험에는 2형 당뇨병 환자 1만1140명(평균연령 66세)이 참가했다.

이들 역시 당화혈색소 6.5%를 목표로 하는 집중치료 그룹과 당화혈색소 7.3%를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 그룹으로 나뉘었다.

결과는 대혈관 합병증(macrovascular event) 발생률(10% 대 10.6%), 소혈관 합병증(microvascular event) 발생률(9.4% 대 10.9%), 사망률(8.9% 대 9.6%)은 집중치료 그룹이 표준치료 그룹보다 약간 낮았으나 심한 저혈당 발생률은 집중치료 그룹이 2.7%로 표준치료 그룹의 1.5%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대해 조슬린 당뇨병 센터(Joslin Diabetes Center)의 내분비 내과 전문의 조안나 미트리 박사는 ACCORD와 ADVANCE 임상시험 이후 치료 지침이 “혈당 중심”(glucose-centric)에서 심혈관 위험요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치료 초점의 폭이 넓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저혈당 위험이 높은 노인 환자의 경우는 당화혈색소 목표가 다소 높게, 다른 환자들은 7% 아래로 잡히는 등 환자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차별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뇨병 치료 계획은 환자의 개개인 상태에 따라 차별화돼야 하지만 전체적인 목표는 혈당,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을 모두 개선하고 여기에 추가해 체중 관리와 운동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두 임상시험 이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개선된 보다 안전한 신약들이 많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혈당 검사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