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년 예산은 5조8000억 달러

바이든, 예산안 공개…”국방비 증액·부자증세로 적자 축소한다:

우크라·유럽방위 등 국방예산 7730억불…”재정 건전·안보 강화”

‘억만장자 소득세’ 등 증세…공화 “극좌예산·국방비 적다” 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조 바이든 행정부는 28일 5조8000억 달러(약 7102조 원) 규모의 2023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번 예산안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따른 국방 예산 증액과 청정에너지 등 기후변화, 전염병 관련 예산 지출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초부유층에 대한 증세 등 세수 확보 구상도 함께 밝혔다.

2023 회계연도는 올해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 재정적 책임 △ 안전과 안보 △ 더 나은 미국 건설에 필요한 투자 등 3가지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예산안에는 국방·경찰 관련 예산과 각종 국내 사업 예산 증가는 물론 암 예방 및 정신건강, 퇴역군인에 대한 지원 등 여야 통합 의제가 상당수 포함됐다.

국가안보 예산은 올해 7820억 달러보다 늘어난 8000억 달러(약 980조 원) 이상이다.

이중 국방부 배정 예산은 7730억 달러(약 947조 원)로 국내외 안보 강화에 초점을 뒀다.

국방부 예산은 전년보다 8.1% 증액됐고, 특히 핵전력 강화와 국방분야 우위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천301억 달러(약 159조 원)가 배정됐다.

또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예산 10억 달러, 유럽 방위구상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원 등 관련 예산 69억 달러 등도 담겼다.

국내 범죄 퇴치 예산에도 300억 달러가 배정됐다.

퇴역 군인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 등을 관장하는 보훈부에 대해 현재 수준보다 32% 증가한 1천190억 달러가 배정됐다.

보건복지부의 전염병 및 기타 생물학적 위협 대비 예산으로 향후 5년간 82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고,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및 기후 회복력 관련 예산으로 내년에 210억 달러를 반영했다.

이번 정부 예산안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2022 회계연도 예산안 6조100억 달러보다는 규모가 줄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2조 달러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 예산은 빠졌다.

행정부는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더 나은 재건 법안을 뺐다”고 밝혔다.

예산안은 재정 적자 축소에도 상당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은 우리 정부가 물려받은 재정 혼란을 바로 잡는 데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며 올해 1조3000억 달러(약 1591조 원), 향후 10년간 추가로 1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은 이들 지출 예산안에는 2조5000억 달러(약 3061조 원) 규모의 새로운 세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 마크 골드웨인은 이들 새로운 세수 중 약 1조 000억 달러가 새로운 지출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재정 적자를 축소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세수 확대 방안과 관련해 백악관은 자산 가치가 1억 달러(약 1225억 원) 이상을 보유한 미국인에 대해 미실현 자본 이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20%의 최소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를 신설했다.

이른바 부자 증세를 통해 거둬들인 새로운 막대한 세입의 일부는 지출 예산에, 일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사용하겠다는 게 백악관 구상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부분의 미국인은 지난 몇 년간 매우 힘들었고 한계점에 다다랐지만, 억만장자와 대기업은 더 부유해졌다”며 “그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예산안이 장기적인 국가 적자 축소에 초점을 둔 것은 올해 하반기 중간 선거를 앞두고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유권자의 주요 우려로 부상한 탓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정부 지출 감소가 유권자의 인플레 우려를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미국 재정 적자가 2021년 미국 전체 경제의 약 12.4%에서 2032년 약 4.8%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싱크탱크 진보정책연구소의 벤 리츠는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에서 적자 감소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이 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은 정부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의회 처리 과정에 일정 부분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자 증세’와 국방비를 거론하며 백악관 예산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백악관 예산안은 바이든 정부의 극좌 가치가 미국 가정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과 단절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 위험한 이 시기에 국방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의 발표를 “담대한 재정 청사진”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