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이재용 시대’…과제 ‘산더미’

 

2018년 공정위 ‘동일인’ 첫 지정…사실상 총수역할 수행

지분 상속 등 후속과제…’사법 리스크’ 최우선 해결해야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함으로써 명실상부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이미 이 부회장은 2012년 승진 이후 이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 경영에 관여했다. 그러다가 2014년 5월 이 회장의 와병 직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대신해왔고 2018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으로 지정하며 공식적인 총수가 됐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이 맞이하는 현재의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들이 영향권에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오너가에서 이 회장이 보유중이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현재 피고인 신분 상태로 2건의 재판에 임해야 하는 ‘사법 리스크’는 삼성이 처한 최대 불확실성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2년 승진한 이 부회장은 재계의 예상과 달리 경영 일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회장이 삼성의 총수로서 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와병하자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14년 삼성의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사업 재편이었다. 2014년 이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 직후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산과 화학 업종을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2015년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와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도 롯데그룹에 넘겼다. 이때부터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을 전자·물산·금융 등 ‘3각 축’으로 재편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른바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뉴 삼성’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에는 삼성전자가 당시 국내기업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에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경영 색채를 드러냈다.

그간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해왔던 이 부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이 부회장을 지정하면서 법적으로도 총수로 인정받았다. 당시 정부는 이 회장이 와병중인 가운데 이 부회장이 각종 임원 인사와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현재 맞닥뜨리고 넘어야 할 과제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내 1위 부호인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상속할지 아니면 사회에 환원할지 등을 심도있게 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본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최우선 과제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경영권 승계의혹 첫 재판을 필두로 오는 26일에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재개된다. 총수로서의 경영 보폭을 넓히는 데에 법원에서의 시간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사업적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축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 불확실성 고조 등도 이 부회장 시대의 과제로 지적된다.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폴더블 스마트폰 등 글로벌 전자산업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는 분석도 나와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더욱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