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냄새 없이 고소한 영주 부석태 청국장

소백산 자락에서 나는 부석태로 만든 ‘별미’

소백산 청정지역에서 나는 부석태는 명품 콩으로 손꼽힌다.

알 굵기가 일반 콩의 두 배쯤 되는 데다 고소한 맛 또한 일품이다. 이 부석태로 만든 청국장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한 고장의 제대로 된 맛집을 찾는 일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절대 만만치 않다.돈을 주고 후기를 쓰는 블로거 등을 고용하는 식당도 많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웹서핑한 끝에 카페 회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식당을 한 군데 발견할 수 있었다. 영주에서만 나는 부석태 청국장 전문점 ‘너른마당’이었다.

고소한 맛을 내는 부석태 청국장 [사진/성연재 기자]

고소한 맛을 내는 부석태 청국장 [사진/성연재 기자]

전화했더니 늦은 오후여서 식사할 수 없다고 한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식당에 들어갔다.

부석태 청국장 정식은 1인분에 7천원인데, 2인부터 주문을 받는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콩은 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작물 가운데 하나다.

부석태는 영주시와 국립식량과학원이 함께 개발해 2015년 품종을 등록한 콩이다. 영주 부석면에서 주로 생산되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콩 품종 중 가장 굵다.

낫또를 연상시킬 만큼 끈적끈적한 청국장.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진/성연재 기자]

낫또를 연상시킬 만큼 끈적끈적한 청국장.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진/성연재 기자]

특히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항산화물질인 아이소플라본 함량이 높아 몸에도 좋다.

상을 받고 보니 2인분씩 주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음식이 다양하고 깔끔했다.

우선 청국장이다. 청국장 밑에 깔린 부석태는 굵고 부드러워 혀를 몇 번 굴렸더니 부서지며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반찬 하나하나가 깔끔한 맛을 내는 청국장 정식 [사진/성연재 기자]

반찬 하나하나가 깔끔한 맛을 내는 청국장 정식 [사진/성연재 기자]

송송 썰어 넣은 파와 여러 가지 음식 재료들과도 잘 어울린다.

멸치로 맛을 낸 국물에 파 뿌리와 청양고추, 양파, 무, 고춧가루, 호박, 두부 등 갖가지 재료가 조화를 이룬다.

청국장 정식에는 주연만큼 빛나는 조연이 있다. 바로 부석태 청국장 샐러드다.

주인 김정희 씨는 양배추와 당근, 파프리카, 오이, 블루베리 등을 놓고 마치 일본의 낫또를 연상시키듯 끈적이는 청국장을 한 숟가락 떠서 올렸다.

그다음 플레인 요구르트를 얹어 식탁으로 내왔다.

구수한 청국장의 맛과 신선한 야채, 요구르트가 어울려 독특한 식감을 준다.

주연 뺨치게 맛난 조연 부석태 청국장 샐러드 [사진/성연재 기자]

주연 뺨치게 맛난 조연 부석태 청국장 샐러드 [사진/성연재 기자]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다. 신선한 채소의 청량감도 잘 어울렸다.

낫또처럼 끈적한 청국장은 바실러스균이 만든다. 장내 부패균의 활동을 억제해 부패균이 만드는 발암물질을 감소시킨다. 병원균에 대한 항균 작용도 있다.

일본의 낫또와 다른 점은, 낫또가 다른 균을 차단해 균일한 맛을 내는 데 비해 청국장은 지역과 기후, 사용하는 콩의 재료 등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맛을 낸다.

두부도 식당에서 직접 부석태로 만들었다.

잘 익은 김치를 두부에 얹어 먹었더니 고소함과 신 김치맛의 어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함께 나온 다른 밑반찬들도 맛깔스럽다. 삶은 배추, 고사리, 익힌 무 등으로 구성된 삼색나물과 부추 콩가루무침, 궁채 장아찌, 구운 꽁치 등 어느 하나 뒤처지는 맛이 없다.

이 집은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청국장 샐러드를 준비하는 김정희 씨 [사진/성연재 기자]

청국장 샐러드를 준비하는 김정희 씨 [사진/성연재 기자]

◇ 시민평가단 추천 맛집으로 선정

대구 수성구에서 오랫동안 음식점을 하던 주인 김씨는 10여 년 전 고향인 영주로 귀향해 개업했다.

그는 2019년 한국문화예술 명인회로부터 부석태와 청국장 조리 명인 자격을 얻었다.

이 식당은 지난해 영주시 시정모니터단, 관광해설사, SNS 홍보단 등으로 구성된 191명의 시민평가단이 추천한 영주 맛집 21개소에 선정됐다.

기분 좋게 식사한 뒤 나오는데 문 앞에 영주시에서 선정한 모범음식점과 향토음식점 안내판이 부착돼 있었다.

카톡에 청국장 사진 한 장을 올렸더니 지인들이 청국장을 사 보내라고 야단이다.

결국 이 집에는 두 번 가서 똑같은 메뉴로 식사를 했다. 두 번째도 실망하지 않았다.

청국장 정식을 제외한 궁중약백숙, 능이약백숙, 닭도리탕, 닭불고기 등의 메뉴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