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에 수제버거…전설의 급식장인 퇴임

전 세경고 영양사 김민지씨 “학생들, 먹을 때만이라도 행복했으면”

학생 밥상 7년간 챙기며 ‘특급호텔 못지않은 요리’로 SNS서 화제

“이분 떠나서 학생들 오열하겠네요”, “후임은 정말 부담돼서 어떻게 하나요”

학교를 관두고 퇴사한 사실마저 화제가 된 전국 유일의 ‘스타’ 영양사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 파주중학교·세경고등학교 급식 영양사로 일한 김민지(30)씨.

김민지씨

 

획기적인 메뉴의 급식 제공으로 2016년 교육부장관상까지 받은 김씨는 지난달 말 7년간의 영양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급식계의 전설’로 기록되기까지 그간의 소회를 듣기 위해 지난 17일 김씨를 인터뷰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밥 먹을 때만큼은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길 바랐어요. 그 생각 하나로 7년간 달려온 것 같습니다.”

급식 메뉴로 랍스터부터 장어덮밥, 수제버거, 대게 등을 내놓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으나 ‘맛있는 요리가 주는 기쁨’ 하나만을 믿고 매진했다는 김씨.

그는 “특식이 있는 날이면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부터 다르다”면서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이다 보니 조리 실무사들도 번거로워지는 조리과정을 흔쾌히 함께해줬다”고 전했다.

퇴근하면 집에서 메뉴를 개발하고 조리 테스트를 하는 게 김씨의 일상이 됐다. 아무리 완벽한 조리법을 찾아내더라도 2시간 안에 1150인분의 대량 조리 성공으로 이어지기란 쉽지 않았다.

김씨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른 지역 영양사들과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면서 점차 급식의 질을 높여갔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단가 문제. 학창 시절 부실한 급식을 경험한 이가 적지 않다 보니 어떻게 이렇게 알찬 급식 메뉴가 가능한지 궁금해했다.

외식을 하더라도 소위 ‘고급 메뉴’에 속하는 식단표를 어떻게 예산에 맞출 수 있었는지 비법을 물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급식 예산이 많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다른 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기본적으로는 한 달 예산을 두고 며칠간 조금씩 아낀 것으로 특식을 준비하는 식으로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서 “그러면서 랍스터 수입원에 전화를 넣어보고 인터넷을 뒤지고 수산시장에 직접 가보는 등 정말 손품, 발품을 많이 팔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장 조사 후 입찰을 통해 초창기 김씨는 시중에서 마리당 1만∼1만5000원에 거래되는 랍스터를 6000원 초반대에 납품받아 식판에 올렸다.

대부분의 학생이 랍스터를 맛본 경험이 별로 없어 호응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그는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밥이 맛이 없어 매점에 가야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며 “내 학창 시절이 그랬기 때문에, 난 다르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단순히 화려한 비주얼의 메뉴만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나 수능시험 등에 맞춘 독특한 식단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남겨주고자 애썼다.

이러한 급식 사진이 3∼4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공개된 뒤 누리꾼들도 ‘급식 먹으러 이 학교 다니고 싶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격려와 응원을 보내온 경우도 많았다.

김씨는 “좀 연세가 있으신 분이 연락이 오신 적이 있는데 본인은 급식이 없던 시절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는 말씀하셨다”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급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보기 좋다며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셔서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충남 청운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학교 급식실에서 20대를 전부 보낸 그는 이제 다른 곳에서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가 먹고 좋아하는 게 참 행복했다”며 “학교를 떠나게 됐지만, 어디에서든 내가 만든 음식으로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