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 진화에 희망…한 달만에 맑은 대기

3분의 1 진화…건조한 날씨 계속되면 다시 확산할 수도

서부 해안 3개 주에서 번지고 있는 대형 산불의 진화 작업이 진전을 거두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또 이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일대에는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대기오염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오리건주의 몇몇 대형 산불은 확산 속도를 늦추거나 일부 불길을 잡는 등 진화 작업에서 진전이 있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만7000여명의 소방관들이 투입돼 거의 80만에이커(약 3237㎢)를 불태운 ‘오거스트 복합 화재’를 30% 진화했고, 22만8000에이커(약 923㎢)를 삼킨 ‘노스 복합 화재’는 36% 진화했다고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캘파이어)이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주민들은 이날 몇 주 만에 매연이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이 지역에 30일간 연속으로 내려졌던 ‘공기를 살리자'(Spare the Air) 경보가 이날은 발령되지 않은 것이다.

‘공기를 살리자’ 경보는 199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일대에서 시행돼온 대기오염 경보로, 대기질이 나쁘거나 오존 농도가 높은 날 발령된다.

이 경보가 발령된 날 주민들에게는 차량이나 제초장비 운행을 줄이고, 페인트칠이나 에어로졸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진다.

또 오리건주에서는 주도 세일럼 동쪽에서 발생한 ‘비치크리크 화재’가 거의 20만에이커(약 809㎢)를 불태우고 주민 수만명을 대피하게 한 뒤 이날 오전까지 20% 진화됐다.

다만 기상학자들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불길이 재확산하거나 새로운 산불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한동안 계속된 서늘한 날씨가 주말부터 다시 더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오리건주에는 이날 오후부터 비는 거의 오지 않으면서 번개가 치는 뇌우가 올 수 있다고 국립기상청(NWS)이 예보했다.

오리건주에서는 또 이날 산불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한 수색 작업이 계속됐다.

이처럼 긴박한 산불 피해 속에서도 극좌 운동단체에 의한 방화로 산불이 시작됐다는 헛소문은 계속 주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비치크리크 화재가 발생한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남쪽에서는 보안관실 등 치안 당국이 주민들에게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클래커머스카운티의 보안관 크레이그 로버츠는 전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우리 보안관실이 범죄를 저지르는 어떤 단체에 대한 첩보나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대중들이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로버츠 보안관은 제보를 추적한 결과 ‘친구의 친구’에게 들었다는 소문이거나 형사들이 입증할 수 없는 출처인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주 관리들도 소문을 퍼트리거나 온라인에서 또는 경찰 무전으로 주워들은 정보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당국이나 신뢰할 만한 언론사가 검증한 정보를 믿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산불 지역에서는 또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사라지고 자생종의 서식지가 불타면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NYT는 “화재는 서부 생태계의 핵심 요소이며 많은 동식물이 번성하려면 화재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서부를 파괴하고 있는 산불의 열기와 강도는 너무 파괴적이어서 어떤 지역에서는 야생동물들이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관리들은 멸종위기종 동물을 위해 따로 할당된 서식지가 메가파이어(초대형 산불)로 위태롭게 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워싱턴 중부에서는 이 일대를 휩쓴 산불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멸종위기종인 ‘피그미 토끼’가 절반가량 죽으며 약 50마리 정도만 남은 상황이다.

16일간 캘리포니아 LA에서 발생한 ‘밥캣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연기 속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