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양호 꿈’ LA윌셔호텔 지킨다

코로나로 리파이낸싱 지연…9억5천만불 융자 결정

만기도래 차입금 9억달러 상환·운영자금 5천만달러

대한항공이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 중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1215억원)를 빌려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호텔·오피스 수요 감소 등으로 한진인터내셔널의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이 지연되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오후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자금 대여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회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윌셔 그랜드 센터를 재건축해 운영 중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이 긴급 수혈한 9억5000만달러 중 9억 달러는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 5000만 달러는 호텔산업 경색으로 부족해진 운영자금으로 충당한다.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셔널에 제공하는 대여금은 1년 이내에 대부분 회수된다고 밝혔다.

먼저 3억달러는 이달 말 대한항공이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이를 다시 한진인터내셔널에 빌려줄 예정이다. 이는 대한항공이 대출금을 전달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대한항공의 유동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또 미국 현지 투자자와 브릿지론(단기차입 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협의 중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진인터내셔널 지분의 일부 매각도 논의 중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 달 중 브릿지론을 확보해 3억달러를 상환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3억달러는 내년에 호텔·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해소되고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돌려받는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대한항공은 최근 유상증자와 기내식 사업 매각 등에 성공하며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윌셔 그랜드 센터는 매각하지 않고 자금을 수혈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진그룹은 2009년 4월 LA 윌셔 그랜드 호텔을 최첨단 호텔·오피스 건물로 변모시키는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8년간 총 10억 달러(약 1조1385억 원)를 투입했다.

조양호 회장은 2017년 6월 당시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 행사에서 “윌셔 그랜드 센터의 개관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자 LA와의 약속을 완성한 것”이라며 “LA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 행사 당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모습 [대한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