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빅딜’ 현실화

산은, 아시아나 영구채 주식 전환 한진그룹에 현물출자 검토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아시아나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한진그룹에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산은이 보유한 아시아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지분 37%를 갖게 된다.

앞서 산은이 주도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빅딜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물 출자 방식의 카드가 활용됐다.

13일 IB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이 산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은이 보유한 아시아나 영구채 8000억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보유 중인 영구채 8000억원 전액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3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빅딜에서 산은이 이 주식을 한진칼 등에 현물 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진칼 등의 주식을 받아 주요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30.77%)의 경우 산은이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 등에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 등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며 “영구채 활용 방안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물 출자 방식은 산은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빅딜 당시에 한 번 사용해본 카드다. 산은은 지난해 대우조선 지분 전량(55.7%)을 현물로 출자해 현대중공업과 함께 중간지주회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도왔다. 그 대가로 산은은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받아 2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또 한국조선해양은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을 지원한다.

다만 산은이 한진칼 등의 주요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방식이어서 주식 가치 하락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한진그룹에선 조원태 회장 측과 KCGI(강성부펀드) 등 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산은이 주요주주가 되면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율을 보면 KCGI가 주도하는 3자 연합이 46.71%, 조원태 한진 회장 측이 41.4%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산은이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현물 출자하고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