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어쩌다 국제적 망신을 당했나?

진위 확인도 없이 “화이자 백신 3천만회 확보” 발표…사실상 국제사기

나라망신 시킨 대구시장…대만방송 “백신 부족해도 우린 저러지 말자”

대구시가 화이자 백신 6000만회 분(3000만명 분) 물량을 추가로 도입할 길을 열었다며 자랑했다가 ‘국제 사기’, ‘나라망신 시켰다’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독일 무역업체로부터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개별 공급 제안을 받았다며 정부가 허락하면 이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권영진 대구 시장도 지난 달 31일 “대구시의사회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중재로 정부가 올 하반기 중으로 계획한 백신 도입 물량 외에 별도의 백신을 국내에 도입하는 부분이 상당 부분 진전이 돼 (최종 결정 등에 대한 사항을) 정부에 토스했다”고 기자회견까지 했다.

◇ 글로벌 무역업체의 ‘알아볼까요’ 제안이 사실로 둔갑

이와 관련 차순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은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구매 주선 과정이 올해 초 한 글로벌 기업의 “알아볼까요”라는 제안으로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차 회장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연초에 의료 분야 등을 취급하는 한 회사가 백신을 구할 수 있는 루트를 알아볼까 하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평소 조금 알고 지내는 글로벌 무역 업체라고 했지만 “일이 성사될 때까지 비밀을 지켜달라고 요구해 회사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차 회장은 “믿을 만한 서류들이 오고 간 뒤 우리 선을 넘어선 것 같다고 판단해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보고했더니 웃으며 ‘한번 알아는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해당 업체가 협의회 명칭으로는 어렵고 시장 사인이 있어야 제안서를 보낼 수 있다고 해서 권 시장에게 요청하니 ‘사인해 주는 게 뭐가 힘드냐’며 도움을 줬다”고 했다.

◇ 화이자 측 “불법 거래…법적 조치 단행”

하지만 한국판매 전권을 가진 한국화이자제약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화이자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공급되는 백신은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며, 바이오엔텍을 포함한 다른 제3의 기관은 한국 내 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화이자 측은 대구시가 추진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에 대해 불법 거래로 파악된다며 필요할 경우 법적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한국화이자는 “화이자-바이오엔텍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를 국내 수입·판매·유통할 수 있는 권리는 화이자에만 있다”며 “바이오엔텍을 포함한 다른 제3의 기관은 한국 내 판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러면서 “화이자가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공급되는 백신은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일축했다.

회사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각국의 중앙정부와 초국가 규제기관에만 공급되고 있다”며 “화이자 본사와 한국화이자는 그 누구에게도 이 백신을 한국에 수입·판매·유통하도록 승인한 바 없으므로 중개업체를 통해 (국내에) 제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대구시가 주선한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진위가 의심된다며 구매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화이자 글로벌 본사로부터 ‘무역업체의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며 국제 수사기관과 협력해 조사해보고 불법 여부가 있으면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 외국 언론 “우리도 부족하지만 저러진 말자”

3일 타이완 민영방송인 ‘민시 TV’는 해외화제 코너를 통해 권영진 대구시장이 관련 언급을 하는 장면을 내 보내면서 “한국 정부가 ‘불법’이라고 했다, 사기를 당한 것 같다, 타이완도 백신이 부족하지만 이런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며 반면교사로 삼자고 했다.

망신을 당해도 톡톡히 당한 셈이다.

3일 타이완 민영방송인 ‘민시TV’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화이자 관련 발언을 소개하면서 ‘백신 사기에 말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타이완도 백신이 부족하지만 저런 식으로는 하지 말자’고 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