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권력의 사망사고 은폐, 한인 변호사가 파헤친다

조지아주 소도시 경찰서장-주의원, 친구 교통사고 은폐 협력 의혹

911 신고 안해 피해자 결국 사망…구민정 변호사가 유족 소송 제기

애틀랜타에서 북서쪽으로 60마일 가량 떨어진 시다타운(Cedartown)시에서 조지아 주의원과 경찰서장이 공모해 자신의 친구가 저지른 교통사고 사망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통신을 통해 최근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고 특히 이 교통사고로 숨진 피해자 유족의 변호를 한인 변호사가 맡게 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AP통신과 지역 방송 11얼라이브 등이 보도한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조지아주 순찰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11일 저녁 8시25분경 시다타운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현대 싼타페 차량을 몰던 운전자 랄프 도버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에릭 키스씨(38)를 치었다.

하지만 도버는 911에 신고를 하는 대신 자신의 친구인 조지아주 하원의원 트레이 켈리(공화)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켈리는 이 사실을 시다타운 경찰서 제이미 뉴섬 서장에게 알렸다. 켈리 의원은 주의회 공화당 원내총무를 맡았던 유력 정치인이다.

구민정 변호사/Infinity Trial Group

 

켈리와 도버 등 2명은 911에 신고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만나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덤불 속에 쓰러져 있던 키스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켈리와 도버는 차량에 묻은 빨간색 자전거 페인트를 인지했으며 뉴섬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치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덤불에 쓰러져 있던 키스씨는 1시간 이상이 지난뒤 다른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고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켈리의 전화를 받은 뉴섬 서장은 전체 무선을 통해 사건처리를 지시해야 하는 프로토콜을 어기고 부하에게 “내 휴대폰으로 전화하라”고 했으며 현장에 가기 앞서 켈리와 도버를 주차장에서 만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중인 폴크카운티 지방검사실은 검시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연루자 3명이 즉시 911에 신고했더라면 키스씨는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인 키스씨의 아버지 맨프레드 키스씨는 한인 구민정(영어명 Min J. Koo) 변호사(인피티니 로펌 대표, Infinity Trial Group Managing Partner)를 통해 지난 13일 롬에 위치한 조지아주 연방 북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이들 3명의 공모와 과실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원고 측은 소장을 통해 “”피고인인 도버, 켈리, 뉴섬은 경찰 수사를 조작함으로써 뺑소니의 심각성을 은폐하기 위해 공모했다”면서 “이들은 무모하고 의도적으로 의학적 대응을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박탈함으로써 피해자가 생명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맨프레드 키스씨는 구 변호사를 통해 경찰서가 소속된 시다타운시를 상대로도 징벌적 배상과 의료비 및 장례비 등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구민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가족은 아직도 이루 말할 수 없은 고통과 분노로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아니었다면 에릭은 여전히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켈리 의원은 지난해 12월 ‘무모한 행동(reckless conduct)’혐의로 대배심에 기소됐으며 운전자 도버는 같은 혐의와 중범죄 뺑소니 혐의로 역시 대배심 기소가 확정됐다. 켈리는 이 사건 이후 공화당 원내총무 직에서 물러났으며 아내에게 이혼 소송까지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Credit: Credit: Facebook, Government Website, Facebook via 11 ALIVE WAGA-TV

 

켈리 측 변호사인 레스터 테이트는 11얼라이브 측에 “의뢰인은 이번 혐의에 대해 완전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그는 사건 당일 경찰 진술을 통해 도버가 사람을 쳤는지 사슴을 쳤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으며 경찰에 100% 협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다타운시 담당 변호사인 캐리 필그림은 11얼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시다타운시와 뉴섬 경찰서장은 원고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 컬럼버스 출신인 구민정 변호사는 조지아대학교(UGA) 로스쿨을 졸업한 17년 경력의 중견 법조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다 한국 삼성화재 해외 법무부장을 6년간 역임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2019년 애틀랜타에서 인피티니 로펌을 창립했다. 이같은 경력으로 보험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법정 소송에서도 탁월한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본보에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복잡한 소송이고 조지아 주법으로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든 케이스여서 다른 로펌들이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은 사건이었다”면서 “하지만 유가족을 만나보고 이들의 억울한 사정을 풀어주고 진실을 밝혀야 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고 사건을 수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누구도 법 위에 서 있을 수 없는데 이러한 무책임한 사람들 탓에 에릭이 결국 생명을 잃었다”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이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연 대표기자

트레이 켈리 의원/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