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뚫리니 과속”…교통사고 사망자 8% 증가

지난해 팬데믹 탓 주행거리 줄었지만 사망자는 더 늘어

지난해 미국에서 팬데믹 여파로 교통량이 줄었는데도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비영리단체인 미국안전협회(NSC)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 운전자의 주행거리는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하지만 보행자를 포함해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4만2060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거리당 사망자수로 따졌을 때 이는 1억 마일(약 1억6000만㎞)당 1.49명으로, 전년보다 24%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증가율은 1924년 이후 최고일 것이라고 NSC는 추정했다.

주별로는 코네티컷 등 7개주와 워싱턴DC에서는 사망자수가 전년보다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곳은 9개주에 그쳤다.

교통안전국(NHTSA)도 초기 통계 자료를 토대로 올해 1분기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년 동기보다 약간 줄었지만 주행거리당 사망률로 따지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 등의 여파로 교통량이 감소해 그만큼 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에 어리둥절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통량이 줄어 덜 막히는 도로에서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는 등 한층 더 위험해진 운전 방식이 사망률을 높인 핵심 요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운전자가 속도를 높여 운전하는 탓에 이 데이터에서 보이듯 비극적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NSC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음주운전 전과자에게는 차량에 음주 시동 잠금장치를 의무화한다거나 제한속도 기준을 강화하고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법제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지난 2일 13명의 사망자를 낸 캘리포니아주 임피리얼 카운티 교통사고 현장[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