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제 없는 계획, 감독 없는 집행이 불러온 구조적 실패”
미동남부한인회연합회의 ‘40년사’ 발행 사업은 단순한 ‘출판 실패’가 아니라 한인단체 운영의 고질적 병폐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준비없는 의욕, 통제없는 예산 집행,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전임 홍승원 회장은 재임 당시 연합회 40년의 역사를 정리하겠다며 총 4만2000달러의 예산과 개인 후원을 통해 임기 내 40년사를 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임기가 끝난지 1년이 넘도록 책자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고, 지난해 9월 정기총회에서 공개된 지출 내역은 사업의 방향 자체가 처음부터 흔들렸음을 보여줬다.
출판을 위한 재정 확보는 불충분한 상태였지만 책자 제작과 별도로 동영상까지 병행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예산의 우선순위와 목적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고, 그 결과 전체 인건비 3만여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1만5000달러가 동영상 제작에 사용됐다.
책자를 만들기 위한 사업에서 인쇄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면서,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거액을 지출한 판단은 결과적으로 사업의 본질을 흐린 결정이었다. 만약 동영상 제작 계획이 아니었다면, 홍 전 회장이 끝내 내지 못한 개인 후원금이 없었더라도 편집과 인쇄, 배송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냉정할 수 밖에 없다. 부도난 금액까지 약 5만6000달러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책자는 질이 낮은 종이에 흑백 인쇄를 사용했고, 내용 역시 기존 한인 언론 보도를 재구성하거나 의미 없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나열한 수준에 머물렀다.
‘40년사’라는 이름에 요구되는 기획력, 사료 정리, 편집 완성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모범단체로 꼽히는 동남부연합회의 40년 역사를 훌륭한 출판물로 남기겠다는 명분과 실제 책자로 나타난 결과물 사이의 간극은 너무 컸다.
이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분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본보는 홍 전 회장이 전 임원의 신용카드를 무단 사용하며 재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자금 관리 전반에 대한 심각한 경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레드 플래그’는 홍 전 회장에 대한 본보의 사적 공격으로 폄하됐고, 급기야 출판대행을 맡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출판 대행업체 김기숙 대표는 결과적으로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가 됐다. 그러나 이미 재정적 불투명성이 드러난 사업에 대해 충분한 검증도 없이 참여한 선택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연합회 명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절차가 정상일 것이라는 전제 또한 지나차게 안일한 것이었다.
현 집행부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김기환 회장은 취임 이후 홍 전 회장으로부터 “40년사 사업은 전적으로 전임 회장이 책임진다”는 문서에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각서’ 한 장이 연합회 명의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감독과 관리 의무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책자가 연합회의 이름으로 제작되고 연합회의 역사와 공신력을 담는 사업이었다면 집행부는 최소한 예산 집행 구조와 진행 경과를 점검해야 했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개인 사업”이라고 선을 긋는 태도는,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특정 개인의 무리한 욕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허술한 계획을 제어하지 못한 조직, 한인단체의 공익 사업을 개인적 수익 기회로 인식한 주변 인물들, 사전 관리 대신 사후 정리에 급급한 집행부,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지금의 혼란을 낳았다.
연합회 40년사는 결국 아름답게 기록되지 못했고, 대신 책임 없는 의욕이 남긴 비용과 갈등만 한인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라 이런 실패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연합회 차원의 성찰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기념 사업’ 역시 이름만 바꾼 채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성찰이 없는 조직은 역사를 남기지 못하고, 역사가 없는 조직은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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