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이홍기 사태는 결국 정치세력의 각본?”

극우 정치와 손잡은 한인회…”누가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무너뜨렸나”

극심한 내분으로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이홍기씨 측 애틀랜타한인회가 또다시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홍기씨 측 진영에서 추진한 한인회장 선거에 유진철 현 이사장이 단독 입후보하며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지만, 이번 출마가 단순한 한인회 정상화를 위한 행보가 아니라, 한국 극우 정치세력과 연계된 한인 정치조직의 ‘이중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 극우 정치세력의 ‘정치 무대’로 전락한 한인회

이홍기씨 측 한인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탄핵 반대, 부정선거 주장을 해오며 이미 한인회를 특정 정치성향의 ‘전위조직’처럼 운영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러한 이씨의 행보는 결국 한인회장의 중립적 역할과 한인사회의 화합이라는 기본 가치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유진철 이사장의 출마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이홍기씨 체제에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그의 출마는 이씨 측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유 이사장은 친윤석열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 온 인물이다.

◇ “다른 지역 출마하면서 한인회장도 겸직?”

더 큰 논란은 유진철 이사장이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조지아주 제12지역구(사바나 포함)의 연방하원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지고 있다.

한인회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이자, 메트로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지역 한인을 대표하는 자리다. 그런데 사바나를 기반으로 연방하원의원 출마를 추진하는 인물이 애틀랜타한인회장을 맡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씨는 실제 애틀랜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며 애틀랜타한인회가 있는 지역구도 아니다. 한인회장도 미국 정치에 나설 수 있다”며 한인회장과 정치를 겸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바나 현지 한인 인사에 따르면 유씨는 이미 지역 한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현 지역구 의원인 버디 카터가 내년 연방상원 도전을 선언하면서 하원의원 자리가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이자 본격적인 출마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정치 집착이 부른 한인사회 파행

유진철 이사장은 과거 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6차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1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이번이 7전8기를 노리는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역 한인사회에서는 “끊임없는 정치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한인회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유씨의 지지 요청을 받은 한 사바나 한인은 “연방하원 출마를 준비하는 인물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한인회장을 맡겠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한인회장 출마는 또 다른 정치적 이득을 위한 행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 이홍기씨, 이미 실권 없는 ‘꼭두각시’ 전락

애틀랜타한인회 파행의 중심에 있었던 이홍기씨는 현재 실질적인 영향력을 잃은 상태다. 이씨가 차기 집행부로 점찍어 영입한 인사들조차 최근 배후 실세들에게 배척당해 한인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주정부의 애틀랜타한인회 등록증에 올라있던 이홍기씨 영입인사들의 이름은 최근 모두 사라진 상태다.

이씨는 애틀랜타 중앙일보에 “임기가 끝나면 더이상 한인사회에 연루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사실상 공적 무대에서의 퇴장을 시사했다. 이홍기씨 측의 김일홍 선관위원장도 새로운 회장을 일찍 선출하는 이유에 대해 “다가오는 광복절 행사와 코리안페스티벌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답해 이홍기씨가 실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 “누가 한인사회를 분열시켰는가?”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둘러싼 핵심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가 애틀랜타한인회를 정치적 무대로 만들었고, 누가 한인사회의 화합을 해치고 있는가.”

시민단체 ‘시민의소리’ 강신범 대표는 “수많은 거짓말로 사퇴 시기를 놓치고 한인사회의 공적이 되다시피 한 이홍기씨도 사실은 정치세력에 이용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으로 이같은 일을 조종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밝히려면 각종 소송 및 운영 자금의 돈줄을 따라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사진

이상연 기자
조지아 주정부의 애틀랜타한인회 등록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