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원장 “백신 승인 쉽게 하지 않을 것”

“대통령이 압력 넣으면 지지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내겠다”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이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승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콜린스 원장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일(11월 3일) 전 준비가 덜 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라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대선을 앞둔 10월께 트럼프 대통령이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10월 서프라이즈’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이 그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밝힌 것이다.

콜린스 원장은 만약 스티븐 한 FDA 국장이 엉성한 증거에 기반해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다면 “그는 대답해야만 할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중 한 명이며 앤서니 파우치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콜린스 원장은 조급하게 백신이 승인될 경우 자신이나 파우치 소장, 다른 사람들이 “틀림없이 그 백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를 낼 것”이라며 백신은 과학을 제외한 그 어떤 것에도 기반을 두고 승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없고 외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이 약이 안전하며 효험이 있다고 주장한 전례가 있다.

콜린스 원장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HCQ(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약어)의 경우는 잘 안 풀렸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스티븐 한(FDA 국장)은 과학자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의사다. 나는 그가 지금이나 11월에 정치적 압력에 의해 자신의 원칙을 타협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콜린스 원장의 이날 발언은 또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