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가문의 흥망성쇠…경영권 내분과 청부살인까지

이탈리아 잡지 전 편집장 ‘하우스 오브 구찌’ 번역 출간

1995년 3월 27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창업자의 손자 마우리치오 구찌 회장은 출근길에 괴한이 쏜 네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경찰은 2년 뒤 전처 파트리치아 레지아니가 청부살인 지시를 내렸다고 특정했고, 레지아니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2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의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며 15년 이상 패션 산업을 취재한 사라 게이 포든은 ‘하우스 오브 구찌'(다니비앤비)에서 경영권 내분과 청부살인 사건 등 구찌 가문의 충격적인 이면을 살핀다.

저자는 구찌 가문의 역사와 관련된 100명의 인물을 인터뷰하고, 신문과 잡지 등 관련 문헌을 취재하며 얻은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구찌 가문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추적해 소설처럼 재구성했다.

1921년 피렌체의 작은 가죽제품 공방에서 시작한 구찌는 1960~1970년대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뱀부 백과 모카신, 로퍼 등 히트 상품을 잇달아 출시해 인기를 끌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1980년대 명품업계 최초로 투자은행과 손을 잡고 도약을 추구했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소송전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레지아니는 구찌 회장과 결혼하기 전 가난한 세탁소집의 딸이었다.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렸던 레지아니는 10여 년간 결혼생활 후 구찌 회장과 이혼했다. 레지아니의 사치와 질투, 집착 등이 이혼 사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레지아니는 재판에서 구찌 회장에 대한 증오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커졌다고 인정했다. 구찌 회장은 자신이 처음 결혼했을 때 생각하던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었으며, 더는 존경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밀라노 법원은 1998년 구찌 경영권 내분과 함께 구찌 회장에 대한 증오가 심해져 레지아니가 청부살인을 의뢰했다고 판단해 징역 29년을 선고했다. 레지아니는 이후 10여 년 수감생활을 하다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해 할리우드 제작사 MGM과 함께 구찌 가문의 역사와 청부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를 제작하기로 했다. 애덤 드라이버(구찌 역)와 레이디 가가(레지아니 역)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올해 11월 개봉 예정이다.

책은 또 구찌가 20세기 후반 전 세계적인 경쟁으로 기업 통합 추세가 가속하면서 거대 명품 그룹 LVMH의 인수합병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PPR 그룹과 함께 새로운 명품 그룹을 만들어내며 변화를 선도했다고 평가한다. 이와 함께 20세기 후반 패션업계 풍경에 관한 묘사를 통해 명품 산업을 이끌어간 주역들의 삶과 그 이면에 대한 생각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