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전당대회?…트럼프 가족 잔치?

장남 여친까지…14살 아들 배런 빼고 총출동

“국가운영을 ‘패밀리 비즈니스’ 만들어” 비판

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게 돼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이 총출동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트럼프 가족잔치라고 해야할 판이다.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를 비롯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딸 이방카와 티파니가 온라인으로 전대 무대에 오르거나 오를 예정이다. 세번째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배런(14)만 빠졌다. 장남의 여자 친구인 킴벌리 길포일과 에릭의 부인 라라 역시 찬조연설을 했다.

[볼티모어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26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행사장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역사 성지 ‘맥헨리 요새’에 도착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는 25일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대통령은 “진정으로 이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고, 이 나라를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길 원하는 사람”이라면서 동시에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남편”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그룹의 부회장인 에릭은 “나는 자식들에게 할아버지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 관련 행사 참석을 삼갔던 티파니는 “나는 아버지를 통해 미국이 진정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음을 믿게 됐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그렇지만 대다수 미국 언론 보도는 비판에 가까웠다. CNN은 전당대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업(family business)”이 됐다고 했고, 시사 주간지 타임은 “가족 행사(Family Affair)”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치 지형에서 가족의 정치 행사 참여는 그 자체로 드문 일은 아니다. 상대측을 겨냥한 총성 없는 전쟁터인 전대에서 후보 개인적 특성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언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시점이 공교롭다. 이번 전당대회는 가족 내 불화와 갈등에 대한 폭로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열린 것이다. 질녀인 메리 트럼프가 쓴 회고록 ‘이미 과한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은 최근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프레드 트럼프가 가장 예뻐했던 아들인 도널드가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자 아버지를 무시하고,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누나인 연방판사 출신의 메리앤 트럼프 배리도 “트럼프는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대리시험을 치르게 했다는 주장도 누나에게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 백악관 선임 고문은 전당대회 최종일인 27일 밤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후보 수락 연설 전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할 예정이다. 4년 전과 상황이 같다. 당시에 이방카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젠더 중립적인” 인물이자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아버지를 소개했다. 이방카의 지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4년 간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봤다. 그가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중립적인 인물인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가족의 발언이 국민의 마음에 얼마나 파고들어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지 의문이다.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녀 티파니 트럼프 [EPA=연합뉴스] EDITORIAL USE 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