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로 파킨슨병 조기 진단 가능성 제시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개의 후각에서 열리고 있다. 인간의 코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체취의 차이를 훈련된 리트리버가 감별해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맨체스터대 공동 연구팀은 골든 리트리버 2마리를 훈련해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 피지 냄새를 감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파킨슨스 디지스(Parkinson’s Disease) 7월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 130명과 건강한 일반인 175명의 피지 샘플 205개를 모아, 리트리버 2마리에게 53주에 걸쳐 후각 훈련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리트리버는 환자를 최대 80%의 민감도로 식별했으며, 비환자에 대해서는 무려 98%의 정확도로 감별해냈다.
니콜라 루니 브리스톨대 교수는 “이 정도 민감도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며 “개를 이용한 진단법은 빠르고, 비침습적이며, 비용도 적게 들어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 감소하면서 자율신경계 기능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피지 분비가 늘면서 지루성 피부염 등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이때 생기는 체취 속 화학 변화가 훈련견의 후각에 감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파킨슨병은 떨림이나 동작 완만, 균형 감퇴 등 주요 증상이 신경세포가 상당히 손상된 뒤에야 나타나는 탓에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병으로 분류된다. 이에 이번 연구 결과는 진단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선별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 수가 600만 명 이상이며, 향후 수년 안에 1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고령화가 진행되며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 중이며, 2022년 기준으로만 12만 명 이상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후각 훈련견을 활용한 조기 감별법의 의료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임상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훈련견이 파킨슨병 진단의 미래를 여는 ‘코끝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