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까지…물가, 걷잡을 수 없다”

연준 판단과는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 10년만의 최고치

달러화 가치는 10주만의 최저…철·구리·옥수수값 뜀박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성과 부진…12일 소비자물가 주목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흐름으로 평가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나 심리 지표에서는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10일 발표한 4월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SCE) 결과를 보면 물가 상승 기대치(중앙값)는 향후 1년간 3.4%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9월 조사 이후 최고치다.

SCE는 뉴욕연은이 약 1300가구를 패널로 선정해 벌이는 것으로, 조사 결과는 일종의 소비자 심리 지표다.

물가 상승 우려는 심리 지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BEI)은 이날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달러 지폐[A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일반 국채와 물가채의 금리 차이에 기초해 산출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달러화 가치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투자자들도 늘어 이날 달러화 가치는 거의 10주 만의 최저치 수준을 맴돌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실물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차질의 여진이 남아있는 가운데 미국 등이 경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리, 철 같은 원자재부터 옥수수, 콩 등 농산물까지 적지 않은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중 많은 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구리의 국제 가격은 지난 8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기본 광물인 철강 원자재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철강 분야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철자재 가격이 70% 이상 단기간 인상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운데는 옥수수 가격이 올해 들어 거의 50% 올랐고 대두는 2012년 이후 최고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특히 최대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해킹으로 개솔린값마저 7년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인 에너자이저 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러바인은 이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운송, 원자재, 임금 등 늘어나는 비용 부담이 “일시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러바인의 이런 평가는 최근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연준의 진단과는 반대라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목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 제로 수준의 금리와 현 수준의 자산매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판단이 잘못돼 물가 상승세가 점점 더 심상치 않아지면 연준이 입장을 바꿔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장은 우려하면서 연준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12일 발표될 예정인 4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참여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증시에서는 금리에 민감한 대형기술주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10% 내렸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5%나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페이스북(-4.1%), 아마존(-3.1%), 애플(-2.6%), 구글 모회사 알파벳(-2.6%), 테슬라(-6.4%) 등의 낙폭이 큰 편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