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바마-해리스 “트럼프 당선되면 미국 위험”

공동 유세 갖고 민주당 지지 호소…브루스 스프링스턴 공연도

오바마 “트럼프, 왕이 되고 싶은 독재자…4년을 맡길 수 없다”

이번 대선 최대 인파 2만3천명 참석…’난민 성지’서 행사 의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애틀랜타 근교에서 공동으로 선거 유세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가가 직면할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두 사람이 함께 선거 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4일 저녁 디캡카운티 클락스턴의 제임스 R. 홀포드 스태디엄에는 경합주인 조지아주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몰려 들었다.

배우 사무엘 L. 잭슨,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인 타일러 페리가 행사 초반 연설자로 나선 가운데 조지아주 상원의원인 존 오소프와 라파엘 워녹도 무대에 올라 조지아 주민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미국의 대표적 국민가수이자 노동 계급의 꿈과 고난을 노래한 전설적인 뮤지션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1978년 앨범에 담긴 “The Promised Land”를 연주한 후,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을 해 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I’m the President, He’s the Boss(저는 대통령이지만 그는 보스입니다)”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스’라는 별명을 갖게 된 그는 자신이 헌법을 존중하는 대통령을 원하기 때문에 해리스를 지지한다며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독재자가 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16년전, 오바마는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스프링스틴의 노래 가사에 맞춰 “변화의 물결이 오고 있다”라고 선언했고, 이 약속은 며칠 후 오바마가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실현됐다.

24일 디캡 카운티 클락스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이승은 기자/ Atlanta K Media)

현장 분위기는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단상에 오르면서 절정에 달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기록을 빌려 재선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 사람들은 ‘글쎄, 트럼프가 사업가니까 경제에 대해 뭔가 알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 ‘왜 그를 지지하려고 하십니까?’라고 물으면, ‘그가 처음 들어왔을 때 경제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들었습니다. 맞아요, 경제가 괜찮았죠, 왜냐하면 그건 제 경제였으니까요,”라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75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를 물려줬지만, 트럼프는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세금 감면을 주고, 그 과정에서 적자를 늘렸으며, 이제 또다시 그것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왕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 독재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4년을 더 줄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일할 준비가 된 사람”으로 제시했다.

오바마의 연설 후 해리스가 무대에 올라와 그와 포옹한 후, 거의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리스는 오바마의 과거 선거 유세 구호를 차용해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We Will Win)! – 또는, 한 전직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고 외쳤다.

이번 선거의 중요성이 과거 선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강조한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걸린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는 2016년이나 2020년 선거와는 다릅니다. 이번에는 더 많은 것이 걸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지적하며 “지난 2년, 특히 지난 8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더 혼란스러워지고, 더 불안정해지며, 더 화가 났습니다”라고 언급했다.

24일 디캡 카운티 클락스턴 유세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공연하고 있다.(이승은 기자/Atlanta K Media eunice@atlantak.com)

해리스는 트럼프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는 반면, 자신은 미국인들을 위한 ‘해야 할 일 목록’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선거일까지 12일이 남은 만큼 조지아 유권자들에게 조속히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또, 고(故)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정신을 불러일으키며, 그가 남긴 “민주주의는 상태가 아니라 행위이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오바마와 해리스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CNN에 따르면 오바마는 주 상원의원 시절부터 해리스와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고, 해리스가 지역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신진 흑인 정치인 네트워크를 통해 그녀를 알게 됐다.

해리스는 유세에서 이 역사를 회상하며,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2007년 저는 새해 전날 눈 속에서 문을 두드리기 위해 아이오와에 갔습니다.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버락 오바마, 당신의 우정과 저에 대한 믿음, 그리고 우리의 캠페인에 대한 지지는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해리스 캠페인에 따르면 24일 유세 참석 인원은 2만3000명으로 이번 선거 운동 중 가장 큰 집회였다고 밝혔다. 이날 유세에는 본보가 미주 한인 매체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해 현장의 열기를 취재했다.

유세가 열린 클락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1제곱 마일”로 알려진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인구 구성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 지역은 여러 이민자와 난민들을 받아들여 왔으며, 2020년 기준 인구의 40%가 외국 출신이다.

이번 유세는 해리스의 대항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인타운과 인접한 둘루스 지역서 유세를 가진지 하루 뒤에 열렸다. 트럼프 캠페인은 해리스가 오바마와 스프링스틴을 동원한 것을 두고 “그녀의 실패하는 캠페인을 구하기 위한 절박한 마지막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둘루스 유세에는 1만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90% 이상이 백인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 내무부에 따르면 23일 아침까지 210만 명 이상의 조지아 주민들이 조기 투표를 마쳤다. 이는 주 등록 유권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두 후보 간의 조지아주 지지율은 여전히 박빙이다. 애틀랜타 저널(AJC)과 조지아대(UGA)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47%, 해리스는 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8%의 유권자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해리스는 25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리는 유세에서 텍사스 출신인 비욘세와 함께 할 예정이며, 26일에는 미시간에서 미셸 오바마 여사와 막판 표몰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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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24일 디캡 카운티 클락스턴 유세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이승은 기자/Atlanta K Media eunice@atlantak.com)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이승은 기자/Atlanta K Media eunice@atlant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