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씨 측 무분별한 한인회관 출입금지 조치로 초유의 사태
뒤늦게 “투표해도 좋다” ‘인심 썼지만 경찰 “당신들이 요청한 일”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진행 중인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한인 유권자가 투표소 진입을 시도하다 현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유권자 출입 통제를 두고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으며, 이번 사건은 재외선거의 중립성과 투표권 보장 문제를 놓고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2일 오전, 애틀랜타 한인타운의 중심인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재외선거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투표소를 찾은 강신범 씨는 회관 입구에서 사설 보안요원에게 출입을 저지당했다. 2명의 보안요원 가운데 1명은 “계속 진입을 시도하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 씨에게 “당신은 출입금지 명단에 올라 있다”며 건물에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찰은 곧바로 강 씨에게 형사경고장(Criminal Trespass Warning)을 발부하고 회관을 즉시 떠날 것을 명령했다.
강 씨는 애틀랜타 지역의 대표적인 한인 기업인 WNB팩토리 대표이자, 현재 애틀랜타조지아한인상공회의소 이사장으로 지역 내에서 다양한 한인 행사와 조직에 기여해 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제23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조직위에서 현장운영본부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강 씨는 “나는 영구등재명부에 등록된 대한민국 국민으로, 합법적인 투표권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려고 갔을 뿐인데, 경찰이 사적인 명단을 근거로 입장을 막고 투표를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파견된 김훈태 재외선거영사도 함께 있었지만 김 선거영사의 중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 건물의 관리 주체가 이 사람의 출입을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날 강 씨는 대통령 선거에 투표 참여와 함께 제36대 애틀랜타한인회장 선거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를 비롯한 다수의 한인들은 회장직을 두고 내홍이 이어지고 있는 이홍기 씨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가 출입 통제 사실을 알게 됐다.
출입 통제를 시행한 쪽은 이홍기 씨 측으로, 이들은 회관 입구 유리창에 출입 금지자 명단을 게시하고, 사설 보안요원을 동원해 건물 전체의 출입을 막았다. 해당 명단에는 강 씨를 비롯해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 이홍기 씨 체제를 비판하거나 대립해온 인사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이날 현장에는 한인회 이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유진철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권총을 소지한 채 등장해 강씨와 대립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조지아 주법은 투표소 반경 150피트 이내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이 법률이 한국 선거에도 적용될지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강씨와 대립하던 유 전 회장은 뒤늦게 한국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지한 듯 경찰에 “투표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다. 경찰은 기자에게 “한인회관은 법적으로 사유재산이며 건물 관리주체가 특정인물의 출입금지를 요청하면 어떤 경우에도 출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과거 내가 직접 공사하며 한인회관을 수리했고 코리안페스티벌과 같은 대형 한인 행사를 주도해왔던 공간에 출입도 하지 못하게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투표권마저 행사하지 못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 선관위에 오늘 투표를 방해한 사람들을 모두 신고할 계획”이라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성갑 전 한인회 정치참여위원장은 “중립적이어야 할 재외선거가 특정 세력의 사적 통제로 인해 방해받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선거관할 주체인 애틀랜타총영사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논란과 갈등이 지속돼온 애틀랜타한인회관을 투표소로 지정한 결정 자체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편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애틀랜타 외곽에 추가 투표소 3곳을 설치해 운영 중이지만 거리가 멀어 사실상 해당 유권자들이 대체 투표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씨는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할 계획”이라며 “출입이 막힌 애틀랜타한인회관이 아니라 3시간 가량 떨어진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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