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앨라배마 조선소 인수 시도

모빌에 시설 갖춘 호주기업 오스탈 공개매수 나서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 사업 진출을 위해 앨라배마에 조선소를 운영중인 호주 조선·방산기업 오스탈(Austal) 인수를 위한 전략적 시동을 다시 걸었다.

한 차례 좌절된 직접 인수 시도에서 방향을 틀어, 이번에는 공개매수 방식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권에 접근하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지난 17일 각각 2027억원과 642억원을 호주 자회사(HAA No.1 PTY LTD)에 투자하며 총 1655억원 규모의 오스탈 지분 9.9% 매입을 선언했다. 이는 호주 증시 종가 대비 약 16%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한화의 오스탈 인수 재추진은 단순한 해외 M&A가 아니라, 미국 방산 시장 진입의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조선업체 중 하나로, 앨라배마주 모빌에 조선소를 운영 중이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이곳에서 올린다.

한화는 이미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곳은 군함을 본격 생산하기에는 도크 규모가 작아 한계가 있는 만큼, 오스탈USA를 확보함으로써 중대형 군함 건조는 앨라배마에서, 소형함 유지·보수(MRO)는 필리조선소에서 맡는 투트랙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조선업계의 보호장치인 ‘존스법’ 및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을 우회하며 미국 국방부 발주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두 법은 미국 내 함정 건조를 자국 기업에 제한하지만, 현지 조선소를 확보한 외국 기업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실제로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는 미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을 따낸 전례가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의 자료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총 31척의 전함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컬럼비아급·버지니아급 잠수함부터 유도미사일 호위함까지 포함된 대규모 발주다. 한화로서는 번스법 개정을 기다리는 것보다, 오스탈 인수를 통해 빠르게 미국 시장 내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오스탈의 앨라배마주 모빌 조선소/오스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