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여성, 시니어들 쌈짓돈 300만불 사기

시애틀 이윤정씨, “10% 수익 보장” 내세워 폰지 사기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이윤정(52, 영어명 제니 리) 씨가 28명의 한인 노인들로부터 300만 달러 이상을 사취한 혐의로 연방 대배심에 기소됐다.

검찰은 이 씨가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미끼로 투자금을 유도한 뒤실체 없는 유령회사를 통해 다단계 금융 사기(Ponzi Scheme)를 벌였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연방 서부지검 루시 밀러 검사는 최근 기소 사실을 공개하며, 이윤정 씨가 피해자들에게 10% 고정 수익률과 원금 보장을 약속해 투자를 유도했고, 피해자 중 대부분은 은퇴한 한인 시니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투자회사처럼 위장한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해 정상적인 금융기관인 것처럼 꾸미고, 피해자들에게 수표나 IRA(개인 은퇴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체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모은 투자금을 실제 투자에 사용하지 않았고 그 중 약 220만 달러는 실질적 손실로 이어졌으며, 나머지 90만 달러 이상은 지역 카지노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일부에게는 약속어음(Promissory Note)을 제시해 마치 정당한 금융거래인 것처럼 속였으며, 자기주도형 IRA(Self-directed IRA)를 통해 피해자들이 직접 이윤정 씨가 설립한 유령회사에 자금을 이전하도록 유도했다.

이윤정 씨는 현재 ▷금융사기(Financial Fraud) 3건 ▷은행사기(Bank Fraud) 2건 등 총 5가지 연방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각 혐의당 최대 30년형이 가능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고령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신뢰 기반 사기 행위”라고 지적하며, “투자 전 반드시 전문가 자문을 받고, 공식 등록 여부와 실체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한인 시니어층을 겨냥한 ‘친밀 사기(familiar fraud)’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되며, 시애틀 한인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윤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동명이인이 존재해 지역 내 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 단체 관계자는 “이민자 사회 내에서 ‘한인이라는 신뢰’를 악용한 사기는 특히 치명적”이라며, 지역 커뮤니티 차원의 금융 교육과 피해 예방 캠페인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대배심 기소란?

이윤정 씨는 연방 대배심(Grand Jury)의 기소로 정식 재판 절차에 회부됐다. 대배심은 유죄·무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이윤정 씨는 아직 유죄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며, 향후 재판에서 방어 기회를 갖게 된다.

워싱턴주 연방 서부지검 틸 루시 밀러 검사/본보 제휴사 시애틀 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