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전생을 주님·교회에 헌신”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청은 이날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하며, “그는 전 생애를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한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뒤 고용량 산소 치료와 수혈을 받는 등 위중한 상태에 처했지만, 3월 말 퇴원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해왔다. 그는 부활절 전에는 교도소를 방문하고, 부활절 미사와 성베드로 광장 집전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나 갑작스레 선종 소식이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돼,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청빈한 삶과 개혁적 행보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역사상 최초의 신대륙 출신이자 비유럽권 교황으로, 즉위 직후부터 순금 대신 철제 십자가를 착용하고, 고급 관저 대신 공동숙소에서 지내는 등 소탈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동성 커플 축복 허용, 평신도 권한 강화, 기후위기 경고 등 진보적인 입장을 적극 펼치며 가톨릭 보수층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사회 속 교회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도 끊임없이 평화 메시지를 전해 ‘평화의 교황’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아르헨티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양말공장에서 일하며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고, 사제 서품 이후에도 빈민촌 사목을 계속했다. 이러한 배경은 그의 겸손한 리더십의 뿌리가 되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에 따라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그는 생전에 “품위 있지만 단순한 예식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후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는 곧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보인 인물이었다. 2014년 한국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택하고 서울을 찾아 평화 메시지를 전한 그는 이후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혔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그의 두 번째 방한은 다음 교황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그는 생전 건강 악화 속에서도 “나는 건강하다. 단지 늙었을 뿐이며, 사임은 없다”고 밝혔고, 실제로 마지막까지 교황직을 수행하다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를 이끈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는 세계 가톨릭 사회에 깊은 슬픔과 함께, 그의 삶을 되새기게 하는 순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