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침수 보험금, 김백규 회장이 썼다고?

이홍기씨, 한인회 비대위에 소송제기…비대위 측 “맞소송” 대응

시민의 소리 “신고 안했던 공금유용 문제 삼아 다시 경찰 고발”

15만8000여달러의 한인회관 침수 보험금을 수령한 뒤 이를 은폐하고 한인회장 출마에 필요한 5만달러의 공탁금을 한인회 재정에서 유용했던 이홍기씨가 이를 문제삼아 온 ‘애틀랜타 한인회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15일자로 귀넷카운티 고등법원에 김백규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비대위는 맞고소와 형사 고발을 예고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이홍기씨와 애틀랜타한인회(KAGAA)이며 피고는 김백규 위원장, 박건권·라광호 비대위원, 그리고 성명 불상의 가담자를 일컫는 ‘존 도우(John Doe) 1~5명’ 등이다.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는 베트남계다.

이씨는 소장에서 자신이 여전히 정당한 한인회장임을 확인해 달라는 판결과 함께, 비대위 측의 ‘불법 탄핵 추진’과 ‘허위 주장’으로 인한 명예훼손, 정신적 고통, 자산 유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과 징벌적 배상을 요구했다. 또 피고 측에 대해 한인회관 및 계좌 접근 금지 명령, 출판 및 발언에 의한 명예훼손(Libel & Slander) 중단을 요청했다.

이씨는 특히 김 위원장이 건물관리위원장 재직 당시 주 패밀리 재단이 기부한 40만달러와 보험금 약 15만8000달러를 수령한 뒤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한인회 측에 사용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보험금은 이홍기씨가 지난 2023년 1월 혼자 수령한 뒤 한인사회는 물론 한인회 이사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으며, 이후 보험금 사용 목적인 한인회관 보수에 사용하지 않고 한인회 운영자금으로 전용했다. 김 위원장이 보험금을 수령해 집행했다는 이씨의 주장은 허위인 셈이다.

주중광 박사 내외가 운영하는 주 패밀리 재단이 기부한 40만달러 가운데 20만달러는 지붕 수리 비용으로 집행됐고 나머지 20만달러 가운데 12만 여달러는 김 위원장이 내부 바닥 보수와 오디오 및 조명 교체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측근들이 해당 공사를 맡아 논란을 낳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사에 사용된 비용과 영수증을 정산해 이씨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입증하는 전 한인회 임원들의 증언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이홍기씨가 적반하장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이번 소송에 정확한 사실과 증거를 근거로 맞소송을 낼 것이며 이씨 스스로가 진실을 밝힐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새 한인회장 박은석 씨를 선출하며 해단을 선언했지만, 이홍기의 민사소송 대응을 위해 해단을 유보하고 법률대응 태스크포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비대위원들은 이번 소송이 오히려 이씨의 모든 비리 의혹을 드러낼 계기라며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비대위는 향후 소송에서 이홍기 회장의 한인회장 선거 과정, 공금 유용, 비영리단체 운영 위반 등을 전방위적으로 문제 삼을 방침이다. 강신범 시민의소리 대표는 특히 2023년 36대 한인회장 선거 당시 이씨가 공탁금 5만달러를 한인회 공금에서 유용한 정황에 대해 노크로스 경찰에 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사소송 장기화에 대비해 형사절차를 통한 압박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씨는 이 소송과는 별도로 지난달 16일 피고들과 다수 한인들에게 한인회관 및 계좌 접근 금지, 선거 금지 명령 등을 법원에 긴급 요청했지만 귀넷 고등법원 스테이시 메이슨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이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5월 22일 열린 선거에서 비대위 관계자와 지역 기자들을 회관 출입금지 명단에 올려 입장을 막았고, 이로 인해 강신범 대표를 비롯한 일부 유권자는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 투표하는 불편을 겪었다. 강 대표는 “이홍기 측의 출입 금지 조치로 인해 재외선거 투표권이 침해받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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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이홍기씨가 제기한 소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