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격려하겠다는 발언을 하자 서방 언론들은 위험한 시기에 국제사회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이런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과거 한국전쟁 때와 같이 전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방보다 적국을 편들면서 국제 질서를 뒤엎겠다고 위협한다면서, 그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세계 질서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집권할 때부터 나토의 집단방위 개념을 믿지 않았고, 동맹국들에 자국군에 더 많은 지출을 하라고 압박해왔지만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적국을 선동하겠다는 발언은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또 “모든 종류의 동맹에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근 80년간 유럽, 아시아, 중남미, 중동의 우방을 지켜온 안보우산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다”며 미국을 의지하지 못하게 된 동맹국이 러시아나 중국 등 다른 강대국과 협력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전부터 나토에서 미군을 철수해왔다고 위협했지만 첫번째 임기 때 이를 말렸던 조언자들이 지금은 없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이 상원 승인 없이 나토에서 탈퇴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가결됐지만 트럼프는 공식 탈퇴 없이도 나토를 무의미하게 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NYT는 유럽의 동맹국들이 미국에 기댈 수 없게 된다면 미국과 상호 안보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들 역시 미국의 도움을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과거 한국전쟁과 같은 상황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역사는 (이런 상황이) 전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제외한 (극동) ‘방위선'(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고 부연했다.
NYT는 또한 한국이 방위비를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자신의 두 번째 임기에 주한미군 철수가 우선순위 의제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해 온 점을 예로 들면서 그가 재집권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BBC방송은 나토와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여름 공세 실패로 위태로운 시기를 맞은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험한 발언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BBC는 “그 발언은 아마도 진심은 아닐 것이다. 자극적인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비평가들을 화나게 하며 지지자들을 흥분시키는 전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푸틴이나 시진핑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그러면서 “멀리 갈 필요도 없이 2년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보원들은 그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서방이 수수방관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틀렸고, 재앙적 전쟁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