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 에너지 효율 인증 폐지 발표…업계 강력 반발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30년 넘게 운영해온 에너지 효율 인증 프로그램 ‘에너지스타(Energy Star)’를 폐지할 계획이다.
6일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EPA 내부 회의 녹취록과 관련 문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기후변화 및 에너지 효율 부서가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해체될 예정이다.
EPA의 폴 거닝(Paul Gunning) 대기보호국장은 최근 직원 회의에서 “법률상 요구되지 않는 모든 기후 관련 업무와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이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고 폐지된다”고 밝혔다. 그가 이끄는 대기보호국도 해체 대상에 포함됐다.
에너지스타는 1992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 시작된 자발적 인증 프로그램으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인증해왔다. 연방정부의 에너지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파란색 ‘에너지스타’ 라벨이 부착된다.
EPA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5천억 달러 이상 절감하고, 약 40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 미국 소비자의 약 90%가 이 라벨을 인지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도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왔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환경 정책 재편의 일환이다. EPA는 조직 개편을 통해 대기 및 방사선국, 화학안전 및 오염예방국, 수질국 등 주요 부서를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연구개발국(ORD)을 해체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약 1500명의 연구 인력이 400여 개의 새로운 직책을 놓고 경쟁하게 되며, 상당수는 재배치나 퇴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PA는 이번 개편을 통해 연간 3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고, 직원 수를 레이건 행정부 시절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리 젤딘(Lee Zeldin) EPA 국장은 “이번 조직 개선은 미국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기관의 핵심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의 폐지 소식에 정치권과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에드 마키(Ed Markey) 상원의원은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은 지난 30년간 5000억 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며, “이 프로그램의 폐지는 미국 가정과 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 효율성을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 ‘에너지 절약 연합'(Alliance to Save Energy)의 폴라 글로버(Paula Glover) 회장은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은 연간 32억 달러의 비용으로 400억 달러의 유틸리티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며, “이 프로그램의 폐지는 가계 비용 절감을 약속한 현 행정부의 공약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수십 개의 기업과 업계 단체들은 EPA에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의 유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에너지스타는 정부와 민간 부문 간의 효과적인 비규제 프로그램의 모범 사례”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