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 마지막 몇주 백악관은 무법천지”

전 비서실장 20대 참모 캐서디 허친슨 회고록…”줄리아니, 부적절하게 더듬어”

캐서디 허친슨
캐서디 허친슨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를 위해 총도 맞을 수 있겠나” “다리에 맞아도 괜찮을까요?”

흡사 범죄조직의 충성심 테스트로 보이지만, 이는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20년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메도스와 그의 참모 캐서디 허친슨 사이 오간 대화다.

허친슨은 당시 상사인 메도스의 도 넘은 충성심을 태연한 척 받아쳤지만, 메도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허친슨은 트럼프 정부 초기 의회 인턴에서 시작해 20대 초반 백악관 비서실장의 핵심 보좌관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후에는 허친슨이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그를 위해 일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메도스 측에서 결별을 선언했다고 허친슨은 밝혔다.

이후 허친슨은 지난해 6월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2020년 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승리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 이듬해 1월 6일 의회 의사당 건물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이번 회고록에서는 공개된 증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내부 고발자로서 뒷얘기들을 전하고 있다.

허친슨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와 관련해 연방 검찰과 풀턴카운티 대배심에서 진술했다고 적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가 낸 대선 불복 소송이 2020년 12월 연방대법원에서 기각되자 메도스에게 “사람들이 우리가 졌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며 “이건 창피한 일이다. 방법을 찾아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앞두고 메도스에게 “(의회 진입 계획이) 잘될 것 같냐”고 물었고, 메도스는 이에 “잘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몇 주간 백악관이 ‘무법지대’가 됐다며 당시 상사인 메도스가 한 일을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메도스는 정기적으로 백악관 비서실장 사무실 벽난로에서 서류를 태웠으며, 연기에 뒤덮인 사무실을 본 한 하원의원이 허친슨에게 “대체 얼마나 자주 서류를 태우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는 것이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의사당 난입 사태 당일 자신의 치마를 올리고 허벅지를 더듬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분노에 가득 차 뛰쳐나갔지만, 의회가 공격당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간 뒤 느낀 분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허친슨은 이날 회고록 출간을 기념해 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는 우리 일생, 잠재적으로는 미국의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직면하게 될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받는 혐의는 내가 보기에 실격 요건”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