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 선출과 관련해 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2024년 대선 레이스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주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북한의 집행이사국 선출 소식을 다룬 기사를 링크하며 “김정은에게 축하를”(Congratulations to Kim Jung Un!)이라고 썼다.
켐프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물을 캡처해 올리면서 “조 바이든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되찾는 것은 북한의 살인마 독재자를 축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켐프 주지사는 작년 선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예비후보를 누르고 당내 공천을 받아 출마, 당선됐다.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당내 잠룡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폭스뉴스에서 “깜짝 놀랐다”며 “내 생각에 김정은은 살인마 독재자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예전에 나의 러닝메이트였던 사람이든, 누구든지 간에 북한의 독재자나 우크라이나에서 이유 없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지도자를 찬양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 생방송에서 러시아에 기운 듯한 발언을 한 것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금 우리는 자유를 옹호하고, 자유의 편에 선 이들을 옹호해야 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분명히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깡패를 축하해서는 안 된다”며 “이 깡패는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을 거듭 위협해오고 있으며, 이런 사실을 갖고 장난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을 두고 “그는 끔찍한 사람이고, 자신의 국민과 우리 동맹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며 “그는 축하받을 자격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이같은 반응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기간 평화를 유지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캠프 대변인 스티브 청은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해 평화를 얻었고, 그 결과 임기 동안 새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디샌티스는 전쟁광 기득권 세력의 꼭두각시이며, 미국의 적들에 대항할 힘도 용기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등 재임기간 김 위원장과 세차례 대좌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며 그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몇 안 되는 세계 지도자 중 하나였다.
김 위원장을 두고 “사랑에 빠졌다”고 언급하는 등 친밀함을 여러 차례 과시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두 사람의 ‘케미’에 대해 “당신이 여자를 만난다. 1초 만에 일이 진행될지 아닐지 알 수 있다. 10분, 6주가 걸리지 않는다. 1초도 안 걸린다”고 회고한 적도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6일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 호주 등과 함께 새 집행이사국 10곳 중 하나로 선출됐다. 미국 측 대표는 해당 표결 직후 “새로운 이사국의 하나인 북한 정부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