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숨 끊길 때까지…미국총기협회 부회장 사냥에 ‘발칵’

지난 2013년 아프리카 보츠와나 초원서 찍은 홍보영상 공개

NRA “보츠와나 주민 경제·문화에 도움되는 합법 행위” 반박

미국총기협회(NRA) 부회장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의 숨이 끊길 때까지 연거푸 총을 쏴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주간지인 뉴요커는 27일자 기사에서 웨인 라피에어 NR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초원을 거닐던 코끼리에게 총을 쏴 사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라피에어는 당시 부부동반으로 사냥에 나섰고 다른 NRA 관계자들도 일정에 참가했다.

애초 이 영상은 NRA 홍보용으로 촬영됐으나 여론을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뉴요커가 확보해 공개한 영상 편집본에 따르면 라피에어는 초원을 걸닐던 아프리카 코끼리 한마리가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첫번째 총을 발사했다.

코끼리가 쓰러진 채 숨이 끊기지 않자 라피에어는 이번엔 코끼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두번째, 세번째 총을 쐈다.

뉴요커는 라피에어의 ‘서툰 사격’ 때문에 코끼리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고, 결국 옆사람이 총을 발사해 사냥을 끝냈다고 보도했다.

또 라피에어의 부인도 총으로 코끼리를 사냥했으며, 죽은 코끼리의 꼬리를 훼손한 뒤 “승리했다”고 외쳤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영상이 퍼지면서 미국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선 최근 반복된 총격 사건으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터다.

시민 단체 ‘휴먼 소사이어티’는 성명을 내고 “라피에어의 코끼리 살육은 역겨운 일”이라며 “당시는 코끼리 밀렵 우려가 고조하고, 밀렵 산업의 잔혹성이 문제가 되던 때였다”고 비판했다고 ABC 방송이 전했다.

특히 라피에어는 미국 사회에서 2012년 샌디후크 초등학교 총기난사로 26명이 숨진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이같은 행보를 보였다고 뉴요커는 짚었다.

비난 여론이 일자 NRA 측은 문제될 사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NRA 홍보 담당자는 “당시 사냥은 전면 허가된 것이며, 모든 규정과 규칙을 따랐다”면서 “이런 사냥은 보츠와나 주민에게 도움이 되며, 경제와 문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상은 사냥 경험을 불완전하게 묘사했으며, 이런 활동이 현지 공동체와 주민에게 여러 측면에서 보탬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라피에어가 사냥한 아프리카 꼬끼리는 당시에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endangered)에 포함됐다.

NRA 부회장 사냥 영상 공개 [뉴요커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