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6.25 행사도 제대로 못하는 애틀랜타”

제74주년 기념식 앞두고, 한인회관 대관 문제로 감정 싸움

향군 “회장이 무료 대관 약속”…한인회장 “그런 사실 없다”

단체마다 ‘제각각’ 기념행사…메인 기념식도 “예산 없어요”

한국전쟁 발발 제74년을 맞아 23일 열리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주요 행사인 재향군인회 미 남부지회(회장 장경섭) 주최 ‘한국전쟁 제74주년 행사’가 애틀랜타한인회관 대관 문제로 무산 위기를 맞는 등 해프닝을 겪었다.

사건의 발단은 일찌감치 행사장소로 한인회관을 계약한 장경섭 회장과 이홍기 한인회장의 전화 통화. 이날 통화 내용에 대해 장 회장은 기자에게 “이날 이홍기 회장에게 행사 축사를 부탁했고 이 회장은 한인회관을 무료로 사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가뜩이나 행사 예산이 부족했는데 너무 좋은 소식이어서 향군 원로들에게 곧바로 이를 전했다”면서 그런데 “21일 한인회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 대관료 2000달러를 내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홍기 회장의 설명은 이와 180도 다르다. 이 회장은 기자에게 “장 회장이 전화를 해서 주중광 박사와 함께 한인회관 소강당에서 참전용사 점심을 대접한다고 해 한인회관에 도네이션을 한 주박사님 모임이라고 생각해 소강당을 이용하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이전 한인회관 관리위원회 인사들이 한인회 재정에 대한 의혹을 무차별로 제기해 임원회의에서 ‘회장 단독으로 대강당에서 열리는 행사의 대관료를 결정하지 말라’는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김성권 부회장 등 재무 담당자 3명이 결정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내가 공짜로 쓰라고 말할 부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소강당 이야기는 서로 꺼낸 적도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지만 이 회장은 “장 회장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소강당과 참전용사 점심 행사를 알았겠느냐”고 재반박했다.

장경섭 회장은 한인회관 무료 대관이 어려워지자 21일 향군 단톡방에 글을 올려 “한인회장의 거짓말 때문에 대관이 어렵게 됐고 한인회 측에서도 회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이미 총영사관과 타민족 참석자들에게 한인회관으로 공고를 했기 때문에 부득이 한인회관 야외 주차장에서 기념행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의 이 게시글은 향군 임원이 한인사회 단톡방 등에 퍼나르며 논란이 커졌고 이에 ‘시카고 한인회장은 참전용사 가족까지 한국에 보내준다”는 등 다른 지역과의 비교 댓글까지 달리면서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망신’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반면 일부 한인은 “고령의 참전용사까지 참석하는 행사를 기분이 나쁘다고 야외 주차장에서 한다는 것은 경솔한 결정”이라거나 “예산이 얼마나 없길래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행사를 한다는 것이냐”는 등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향군 원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래 6.25 기념식은 한인회가 주축이 돼서 실시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중구난방으로 여러 단체가 제각각 6.25 행사를 열고 있다”면서 “그나마 향군이 열고 있는 메인 행사도 예산 부족으로 매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원로는 “한인회와 관련된 문제로 애틀랜타 한인사회 전체가 갈갈이 찢어져 작은 일에도 감정이 쌓이고 서로를 적으로 보는 커뮤니티가 됐다”면서 “이제 화합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인회 측은 “처음 대관 계약시 2000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해놓고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행사 며칠 전에 갑자기 돈을 안 내겠다고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향군은 한인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본부로부터 매달 보조금을 받는 단체이고 신문 광고도 하면서 한인회관은 무료로 사용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임원회의의 결정으로 향군 측에 유틸리티 비용만 받겠다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장경섭 회장은 “이홍기 회장이 약속은 직접 해놓고 문제가 발생하자 전화도 받지 않고 다른 임원들만 내세워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면서 “일시가 촉박해서 대관료를 내고라도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