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팩트 체크는 아무나 하나

▶ 사진 1
▶ 사진 2

<사진설명> ‘사진 1’은 문제의 한인 신문사가 제공한 다른 한인신문과의 트래픽 비교 그래픽.  자신들보다 트래픽이 더 많은 애틀랜타 K는 아예 비교에서 빼고, 다른 신문사들 보다 트래픽이 낮은 4월 이전의 통계는 포토샵 편집을 통해 제거했다. 반면 ‘사진 2’는 애틀랜타 K가 4월부터 6월까지 4개 지역 언론 웹사이트의 트래픽을 비교한 것이다. 문제의 신문사 4월 트래픽이 다른 신문사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드러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애틀랜타 K와 트래픽 차이가 확연히 벌어지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수치만 편집해 공개하는 ‘통계 조작’ 수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1985년 졸업생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미국 대학 학과는 어디일까? 바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지리학과이다. 이 학과가 1등을 한 이유는 졸업생 가운데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통계이다. 대통령 후보도 여론조사로 뽑고, 기업의 마케팅 방향도 통계로 결정된다. 그래서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는 통계의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쉽게 알려주는 교훈으로 사용되곤 한다.

◇ 유리한 통계는 골라 쓰고, 불리하면 숨겨

최근 지역 한인신문 한 곳이 주장하는 ‘신문도 1등, 웹사이트도 1등’에서도 이러한 통계의 함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신문은 본보의 ‘무가지 신문은 무슨 기준으로 1등 뽑나’라는 기사에 대해 ‘팩트체크’라는 명목으로 장문의 반박기사를 실었다.

애틀랜타 K는 ‘웹사이트 1등’ 주장을 하려면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라고 지적했고 구글 애널리틱스와 함께 웹사이트 트래픽 통계를 제공하는 시밀러웹 자료를 함께 보여주며 이 신문의 트래픽이 애틀랜타 K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본보는 구글 애널리틱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가진 시밀러웹의 통계도 인용해 웹사이트 트래픽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이 신문은 구글 애널리틱스 자료를 공개하고 “4월에도 방문자 숫자가 4만명 차이로 1등을 했지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6월 자료를 보고 공개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이 사진 파일로 내보낸 자료에는 웹사이트 이름과 주소가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페이지뷰 등의 다른 자료는 제외한 채 이용자와 세션 숫자만 나와 있다. 이 신문의 주장을 그대로 믿더라도 6월 이용자 차이가 101명에 불과한데 왜 조용히 지켜보다 4월이 아닌 6월에야 1등이라고 홍보에 나섰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5월 통계는 자신이 없었는지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시밀러웹 자료에 대해서는 “자체 경로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며 정확성에 문제가 있는 수치인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애틀랜타 K는 시밀러웹의 자체 트래픽도 확인하고 있지만 구글 애널리틱스 통계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 지난 6월 본보의 구글 애널리틱스 이용자는 49만6517명이었고 시밀러웹 자체 통계의 ‘방문’은 47만7312건이었다. 하지만 이 신문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면 구글 애널리틱스 이용자는 49만6618명인데 비해 시밀러웹 방문은 절반 수준인 27만234건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이 신문의 2개 통계 가운데 하나가 완전히 잘못된 수치라는 의미다.

시밀러웹은 구글이나 트위터 등 세계적 인터넷 기업들도 신뢰하는 서비스이다. 다른 사이트들과의 단순 비교가 가능한 시밀러웹의 통계를 무시하고 처음에는 제대로 공개조차 않은 구글 통계만을 인용해 경쟁 언론사를 깎아 내리기 위해 먼저 공격을 해놓고 이 문제를 지적하자 오히려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시밀러웹 관련 기사 링크

특히 이 신문은 시밀러웹의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검색 키워드를 비교할 때와 애틀랜타 K가 아닌 다른 신문사와 비교를 할 때는 시밀러웹의 자료를 사용하는 전형적인 ‘통계 조작’을 저질렀다. 이 조작을 바탕으로 ‘애틀랜타 K는 저널리즘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는 사람이 없는 이상한 사이트’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하지만 이 신문이 제공한 시밀러웹 키워드 검색 결과를 보면 이용자들이 애틀랜타 K에서 검색한 키워드는 총 1800개가 넘지만 이 신문에서 검색한 키워드는 323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색을 통해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접속도 본보는 5200건, 이 신문은 868건에 불과하다.

어느 사이트에서 더 많은 검색 트래픽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수치이고, 수많은 키워드 가운데 일부 ‘아웃라이어(outlier,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 통계 왜곡을 일으키는 변수)’들로 인해 상위 검색 카테고리가 바뀐 점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시밀러웹이 규정한 애틀랜타 K 웹사이트의 ‘주요 토픽(top topics)’이 뉴스와 스포츠 인데도 검색어 만을 기준으로 자신들만 뉴스 사이트인 것처럼 포장을 했다. 전형적으로 유리한 통계만 골라 쓰고 불리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 수법을 쓴 것이다.

◇ 대형 언론사가 무가지로 언론환경 왜곡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애틀랜타 K가 지적한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웹사이트 트래픽은 시시각각 변하고 한두개의 ‘킬러 콘텐츠’만으로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본보 기사가 던진 화두는 ‘무가지 종이신문’에 관한 것이다. 대형 언론사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미국 한인 도시에서 유일하게 애틀랜타에서만 무가지를 살포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으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1등 신문이라고 주장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독립 매체들이 고군분투하는 한인 인터넷 미디어 시장까지 ‘접수’하겠다고 나선 모습을 보면 왜 뉴욕타임스 등의 미국 유력 언론은 존경을 받고 한국 족벌 언론은 비판을 받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 신문사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는 ‘지역 신문’이라고 포장을 하면서도 문제만 생기면 미주 본사의 힘을 빌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보에 대한 반박 기사의 작성자는 자신을 애틀랜타 디지털뉴스팀장이라고 밝혔지만 기자 1명이 혼자 취재를 도맡는 애틀랜타 지사에 디지털 뉴스팀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역 독자들이 아무도 모르는 이 기자는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실 미주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기사를 쓸 때면 애틀랜타 현지 기자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이유도 궁금하고, 애틀랜타 지역 신문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왜 본사가 발끈하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코리안페스티벌 당시 어줍잖은 비판 기사로 지역 사회에서 곤경에 빠지자 이 신문 관계자들이 결국 페스티벌 준비위를 찾아가 사과하는 사태가 빚어졌는데 이 과정에서도 지역 사정을 모르는 미주 본사 기자가 전투에 뛰어들어 준비위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묻는 질문에는 시밀러웹의 왜곡된 키워드 통계를 들어 역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팩트체크’라는 제목을 붙인 것 자체가 저널리스트로서 ‘실격’이다. 우선 자신의 주장을 자신이 직접 ‘팩트체크’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한 팩트체크는 자신을 변호할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해 언론사나 독립기관 등 제3자가 실시하는 사실 검증 행위를 기사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대형 한국 언론사의 미주 본사가 독립 로컬 미디어의 주장에 대해 장문의 반박 기사를 실어준 것은 고맙지만 저널리즘의 기본이 무엇인지 뒤돌아 볼 것을 다시 한번 권유한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