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술 마셔도 혈당 높으면 간암 위험도 크다”

“과음·당뇨 그룹, 비음주·정상혈당 그룹보다 간암 위험 3.29배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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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혈당이 높은 사람은 똑같이 술을 마셔도 혈당이 낮은 사람보다 간암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유수종·조은주 교수, 강남센터 정고은 교수, 숭실대 한경도 교수 공동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938만7670명을 대상으로 혈당 수준에 따른 알코올 섭취량 및 간암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런 상관 관계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에서 측정된 공복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정상혈당과 전당뇨, 당뇨의 3개 집단으로 나눴다. 이어 각 집단을 자가문진에 기록한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 경·중등도 음주, 과음 집단으로 다시 구분했다.

연구 결과 비음주, 경·중등도 음주, 과음 집단 모두에서 공복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간암 위험도도 높았고, 특히 당뇨군은 다른 두 집단에 비해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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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술을 많이 마셔도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간암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정상혈당 과음군은 정상혈당 비음주군에 비해 위험도가 1.39배 증가했지만, 당뇨 과음군의 위험도는 3.29배까지 치솟았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는 음주량과 관계없이 간암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당뇨나 전당뇨로 진단받은 사람은 간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금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음과 높은 혈당 수치는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간암 발생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위험인자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두 가지 요인의 조합이 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된 바 없었다.

유수종 교수는 “개인 혈당 상태에 따라 같은 양의 음주도 간암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간암 예방에 개별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이내 사망할 만큼 예후가 좋지 못하지만,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병변의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의학(PLOS Medicine)’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