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7곳 모두 패배, 인기투표도 뒤져…향후 입지 좁아져
미국 대선에서는 승자가 모든 영광을 차지하는 반면, 패배자는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백악관에 입성하지 못한 대통령 후보들은 이후 어떤 길을 걷게 될까?
폭스 5 애틀랜타에 따르면 선거에서 패배한 대통령 후보 가운데 일부는 정치적 재기를 꿈꾸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배한 대선 후보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한편 경합주 7곳을 모두 내주고 인기 투표에도 트럼프에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의 정치적 미래를 진단해본다.
◇ 원래 직업으로 돌아간 경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중에는 이미 정치적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다시 직업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마이클 두카키스: 주지사로 복귀
1988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마이클 두카키스는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다.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H.W. 부시에게 패배한 후 두카키스는 다시 주지사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주예산 적자 문제와 의회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힘썼지만 차기주지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 대학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치에서 물러나 조용한 삶을 이어갔다.
배리 골드워터: 상원으로 복귀
1964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배리 골드워터는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상원 의원직에 복귀했다. 그는 이후 재선에 성공하며 1987년까지 상원에서 활동했다. 보수주의의 상징이자 독립적인 목소리로 남아 미국 정치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혔으며 1998년 애리조나에서 생을 마쳤다.
◇ 정계 은퇴…일반시민으로 돌아간 경우
일부 후보들은 대통령 선거 패배 후 공식 선거 출마를 중단하고,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밥 돌: 민간인으로 돌아간 원로 정치인
밥 돌은 1996년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에게 패배하며 대선 후보 경력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돌은 정치에서 은퇴해 민간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원로 정치인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가 화학무기 조약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줬으며 여러 광고에 출연하며 자조적인 유머를 보여주는 등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
지미 카터: 글로벌 인도주의자로 변모
지미 카터는 1980년 대선에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 패해 재선에 실패한뒤 다시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국제 인권운동가로 변신했고 카터 센터를 통해 세계 민주주의와 보건, 인권을 위해 헌신해 2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월 100세 생일을 맞았고 여전히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남아있다.
◇ 연방 공직자로 공적 서비스 지속
일부 후보들은 연방 정부의 공식 직책을 맡아 나라를 위한 역할을 이어가기도 한다.
존 케리: 국무장관으로 외교 담당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존 케리는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후 케리는 정치자금모금위원회를 조직해 민주당 후보들의 후원자로 활동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했다. 이후 국무장관으로 임명돼 외교 무대에서 활동하며 미국의 국제적 위치를 강화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임명
피트 부티지지는 2020년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젊은 정치인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민주당 내에서 장래가 유망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 대선 재도전에 성공한 경우
드물긴 하지만 대선에 실패한 후 다시 도전해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다.
리처드 닉슨: 패배 후 화려한 복귀
리처드 닉슨은 196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에게 패배했지만 1968년에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후 정치적 재기를 이뤄낸 대표적 사례로 1972년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비연속적 임기를 이뤄낸 이례적 사례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그러나 2024년 대선에서 다시 승리하며 2번째 임기를 갖게 됐다. 이는 미국 헌정사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그가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줬다.
◇ 해리스의 미래는 불확실
카멀라 해리스는 최근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패배하며 백악관 입성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패배 후 피닉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투표소, 법정, 공공장소에서 국가에 대한 비전을 위해 싸우자”고 격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리스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가 처한 현실: 정치적 기회와 도전
영국 저명 언론 더 타임스에 따르면 해리스와 함께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실에서 일했던 길 듀런은 해리스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정치적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번 참패는 해리스의 정치 경력의 끝일 수도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그가 언급한 “비극적”이라는 표현은 해리스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리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직에 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민주당 기부자 마크 뷔엘은 “현 부지사가 이미 유리한 입지에 있다”며 해리스의 주지사 출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정치 평론가 리치 그린버그는 해리스가 지금은 “상처를 치유하며 자신을 재정비하고, 당내에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때”라고 조언했다.
민주당의 향방과 해리스의 재기 가능성
민주당은 2024 대선 패배로 인해 당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재정립할 필요에 직면했다. 때문에 해리스의 정치적 미래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 속에 있으며, 그녀가 민주당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