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정체불명 씨앗, 심어봤더니…

미국 넘어 일본 등 전세계로 퍼져…한국은 ‘아직’

주문한 적도 없는데 정체불명의 식물 씨앗이 배달됐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림부는 적어도 지난달 초부터 미국 22개주와 몇몇 나라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주문하지 않은 식물 씨앗 꾸러미를 받았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영국, 호주, 일본도 모두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중국 씨앗에서 자라난 식물/KFSM 제공

 

오사마 엘리시 미국 농림부 동식물위생검사국 부국장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받은 소포를 수집해 검사한 결과 겨자, 나팔꽃, 배추, 로즈마리, 장미 등 14종의 식물 종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기준 현재까지 어떤 씨앗도 해충이나 질병을 옮기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배달 사고나 사기와 관련된 증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연방수사국(FBI)부터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가지 이 씨앗을 조사 중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주문한 적 없는 소포를 받은 사람들은 씨앗을 심거나 만지지 말고 원래 포장에 넣어둔 채 농림부 수거요청에 따를 것을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종자를 심으면 침습 위험이 있는 외래종을 도입해 식물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또 쓰레기 매립지에서 씨앗이 싹틀 수 있으니 쓰레기통에도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제니퍼 테일러는 지난주 중국 소인이 찍힌 작은 소포를 우편으로 받았다. 이 소포 안에는 작은 크림색 씨앗 한 봉지가 들어있었다. 테일러는 불안감에 “이것들을 불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켄터키주의 한 여성은 이 씨앗이 해로운 줄 모르고 화분에 심었다가 이상한 풀이 자라는 것을 보고 당국에 뒤늦게 신고를 하기도 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수사관들이 중국 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솔로몬제도, 아랍에미리트(UAE),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지역에서 발송된 수백 개의 소포를 수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전국에 ‘주문한 적 없는 식물 씨앗이 배달왔다’는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나가와현 미우라시에 사는 한 60대 남성은 중국 광둥성 선전 소인이 찍힌 투명한 봉투에 2㎜ 크기의 갈색 둥근 씨앗 수십개가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왔음에도 이 봉투에는 검역을 통과했다는 합격 도장이 없었다.

일본 식물방역소 역시 수상한 식물 종자를 받을 경우 함부로 심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주 초 이같은 ‘정체불명의 소포’와 관련, 우편에 붙은 라벨이 위조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조사를 위해 소포를 보내줄 것을 미국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중국발 씨앗에서 자란 풀/Source: Tiffany Lowery/WB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