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 기업, 콘돔·정관수술 대체할 ‘아담’ 임상 1상 통과
“콘돔 없이도 피임이 가능해질까?”
미국 생명공학기업 콘트랄린(Contraline)이 개발한 남성 주입형 피임제 ‘아담(Adam)’이 최근 임상 1상을 통과하면서, 남성 피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아담’은 정관에 수용성 하이드로겔을 주입해 정자의 이동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주입 후 2년간 피임 효과가 유지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자연 분해돼 생식 능력도 회복된다는 점에서 기존 정관수술이나 콘돔과 차별화된다.
콘트랄린 측은 1상 임상시험에 참가한 남성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정자 배출이 2년 이상 차단됐으며, 중대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모두 국소 마취 상태에서 10분 이내의 시술을 받았다.
케빈 아이젠프라츠 콘트랄린 CEO는 “우리는 되돌릴 수 있으면서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남성 피임 기술을 만들고자 했다”며 “이번 임상 결과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데이터”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간편하면서도 비교적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피임법은 여성에게 집중돼 있던 피임 책임을 남성으로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도 정관 차단 방식의 피임 기구가 존재했으나,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아 제거 이후에도 생식 능력이 회복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에든버러대 호르몬 기반 남성 피임 전문가 리처드 앤더슨 교수는 “이 물질이 정말로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는지는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워싱턴주립대 존 오틀리 교수는 “정관 차단으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도 아직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콘트랄린은 올해 말 호주에서 30~50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며, 이후 상용화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남성 피임의 대부분은 콘돔이나 영구적인 정관수술에 의존하고 있다. ‘아담’이 상용화된다면 남성 피임법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 기술이 보편적 피임 방식의 지형을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