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신 맞으면 치매 20% 낮춘다

“대상포진 백신, 신경 염증 억제로 치매 예방 가능”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치매 발병 위험을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세포 내 염증을 줄이는 작용이 치매 예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스탠퍼드 의대 파스칼 겔트세처 교수 연구팀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에서 2013년부터 시행된 국가 백신 프로그램을 통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만 79세 고령자는 그렇지 않은 동 연령대보다 7년 뒤 치매 발병 위험이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백신 접종 여부만을 변수로 삼는 ‘자연 실험’ 방식으로 설계됐다. 백신 공급 부족으로 만 79세에게만 1년간 백신이 제공된 시점에 착안해, 단 1주일 차이로 백신을 맞은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간 치매 발병률을 비교한 것이다.

겔트세처 교수는 “1주 먼저 태어난 사람과 나중 태어난 사람 간에 유의미한 건강 습관 차이가 없어 백신 효과를 순수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사용된 백신은 생백신인 조스타박스(Zostavax) 였지만,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는 단백질 재조합 백신인 싱그릭스(Shingrix) 에 대한 추가 연구에서는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보고도 있다.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 예방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면역 반응과 항체 생성 능력이 더 뛰어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자가면역 질환이나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경우에도 예방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다.

겔트세처 교수는 “백신이 대상포진의 재활성화를 막아 신경세포 염증을 줄이는 것이 치매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면역 체계 전반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가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대상포진을 겪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상포진 백신 접종률은 아직 전체 성인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구진은 “치매 예방에 대한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예방 수단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치매 예방의 ‘선제적 조치’로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운 노년기(60세 이상) 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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