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서 유학생 40여명 무더기 비자 취소돼 충격
교통위반-벌금 등 사소한 이유…15일내 출국 명령도
미국 전역에서 40명 이상의 유학생들이 단속 없이 갑작스럽게 비자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유는 교통 위반, 벌금, 언쟁 등의 사소한 사유들이 대부분이었다. 피해 학생들은 입국이 불허되거나, 15일 내 출국 명령을 받고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8일 가디언지와 AP통신은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대학 내 “국가 안보 위협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명분 아래 단행됐다고 보도했다.
◇ “SEVIS 기록 종료되었습니다”… 졸업 한 달 앞두고 받은 충격 메일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졸업을 한 달 앞둔 유학생 리사(가명)는 친구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학교로부터 충격적인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귀하의 SEVIS 기록이 종료되었습니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사기 메일인 줄 알았지만, 다른 유학생들의 SNS 글을 보고 실제 상황임을 인지했다.
SEVIS(학생·교환방문자 정보시스템)는 미국 국토안보부가 관리하는 외국 유학생 추적 시스템으로, 이 기록이 종료되면 즉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잃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15일 안에 출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로 간주되어 추방 또는 향후 미국 입국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리사는 작년 교통 위반으로 법원에 출석한 뒤 지문을 등록했는데, 그것이 이번 조치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 지문 채취가 공통점…사소한 사건도 ‘범죄기록’으로 분류
이 사건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체계적인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소 39개 대학, 50여 개 학교에서 동일한 사례가 보고됐으며, 대부분은 경범죄 혹은 교통 위반 등 ‘범죄가 아닌 사건’에 연루된 뒤 지문을 등록한 공통점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이민 전문 변호사 셴치 차이(Shenqi Cai)는 “처음에는 단순한 예외 사례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전국적으로 쏟아지는 요청에 놀랐다”고 전했다. 그녀는 “법원에서 무혐의로 기각된 사건도 SEVIS 시스템에는 ‘범죄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며 제도적 문제를 지적했다.
◇ 비자 취소로 졸업·취업 전면 차질…학생들 “인생이 무너졌다”
피해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직전이거나, 졸업 후 취업 비자를 통해 미국에 체류 중이었으며, 갑작스러운 SEVIS 종료로 학위 취득이나 직장 취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인 유학생 데이비드(가명)는 졸업 후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2024년 파트너와의 말다툼이 경찰 신고로 이어졌고 이후 무혐의로 기록이 삭제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자가 취소됐다. 그는 “고작 말다툼이 인생 전체를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빌(가명)은 운전면허증이 만료된 상태에서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해 법원에 출석했고, 그날 지문을 등록했다. 이후 SEVIS 기록이 종료되며 학위 취득 여부, 취업 준비가 모두 불투명해졌다.
◇ “정치적 조치”… 학생들 법적 대응 나서
이번 조치 이후, 수백 명의 유학생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 브래드 바니아스는 “이건 법적인 조치라기보다 정치적인 조치”라며 “파킹 티켓 하나 때문에 19세 학생을 쫓아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일부 대학에서는 피해 학생에게 추천 변호사를 소개하고 성명서를 요청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제도적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보스턴대에서는 학생들이 학장실 앞에서 “학생을 보호하라”, “얼음 같은 마음 갖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