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인기를 끌던 한 유통업체의 올리브유 제품 가격이 두 배로 뛰고 해운 운송비가 높이 치솟는 등 이미 기후변화 비용이 영수증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 현상으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하고, 자연재해 증가로 보험료가 상승하는 한편, 가뭄 등으로 화물 운송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창고형 유통업체 코스트코 관련 대화방에선 지난해 가을 “올리브 오일이 미쳤다”라는 글이 올라온 데 이어 올해 3월엔 “왜 올리브 오일 가격이 이렇게 비싸죠?”라는 질문이 나왔다.
작년 여름은 유럽에서 기록상 두 번째로 더웠는데, 그 여파로 연초엔 올리브 열매가 잘 안 맺혔고 여름엔 채 익기도 전에 줄기에서 떨어졌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지역 올리브 오일 생산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데는 이런 이상 기후의 영향이 있었다.
EU는 세계 올리브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WP는 앞으로 기후변화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2035년까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세계 물가 상승률이 최대 1.2%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는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지난 3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농업경제학자 제리 넬슨은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도 기온 상승에 매우 취약한 작물로 꼽았다.
코코아는 서아프리카의 폭우와 극심한 더위로 인해 가격이 올해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공급망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물가가 높아진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한다고 WP가 전했다.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보험료에도 여파가 미쳤다.
미국 스테이트 팜 제너럴 보험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주택 소유자 보험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재해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회사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작년 봄에는 폭풍으로 인해 주택 소유자 보험 손실이 매우 컸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보험 부문 전략가인 팀 자와츠키는 재해 손실이 매년 증가하진 않겠지만 5∼10년 동안엔 예전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가뭄은 운하의 물동량을 줄이고 운송료를 높이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 운하 당국은 완공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지난해 가을부터 통행 선박 수를 제한했다.
평균적으로 하루 약 35∼40척이 지나다니는데 올해 초에는 10∼20대 초반까지 줄었다.
파나마 운하 통행이 축소되면서 일부 화주는 수백만달러 수수료를 지불했고 일부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공급망은 복잡하기 때문에 가뭄이 운송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WP는 전했다. 도시 확장으로 인한 수요 증대 등이 더 큰 요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대학의 아이만 오마르 교수는 “파나마 운하 상황은 지구 온난화와 재난이 심각해질수록 공급망에 더 큰 타격이 가해지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