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 발표 이후 교체 후보에 대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침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1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결정에 찬사를 보냈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교체 후보에 대해선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만 언급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내 사퇴 요구의 배후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목됐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후임에 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침묵은 고도의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교체 후보로 별도의 정치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내 각 계파의 이해관계에 초연한 ‘공정한 원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차기 후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초반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경선 결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퇴 문제에 대해선 다른 사안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경선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출마를 만류하고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원한 것을 아직도 완전히 용서하지는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 대해 성명을 냈을 때도 바이든의 결정과 업적에 대한 찬사에 집중했고, 교체 후보 등 타인에 대한 언급은 피하려고 했다는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한 또 한 명의 민주당 원로로 꼽히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늦춘 상황이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최근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둔 동료 하원의원들에게 ‘교체 후보는 승계가 아닌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를 자동 승계할 경우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투표권을 주고, 백지에서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전 의장 외에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해리스 대세론’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 중 하나인 흑인 의원 모임 ‘블랙 코커스’와 중도파 의원 모임 ‘뉴 데모크래츠’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