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가진 컬럼비아대 한인 여학생 추방 위기

7살때 부모 따라 미국 이민…연방정부 상대 소송 제기

7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해 현재 아이비리그 소속 컬럼비아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정윤서(Yunseo Chung·21)씨가 이 최근 이민 당국의 체포 시도와 추방 위협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정씨는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합법적 체류자로, 학교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씨의 존재가 외교 정책, 특히 반유대주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가 제기한 소송에 따르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13일 정씨의 대학 기숙사를 포함한 여러 거주지에 대해 영장을 들고 수색했다. 해당 영장은 ‘불법체류자를 은닉한 혐의’와 관련된 ‘하버링 법(harboring statute)’에 근거한 것으로, 정씨뿐 아니라 대학교 전체를 겨냥한 연방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를 암시한다.

연방 검사 토드 블랑슈는 “학교가 불법 이민자를 숨기고 은닉하고 있는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ICE가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닌 형사 수사를 통해 정 씨의 체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ICE 요원들은 지난 8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9일 정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국은 지난 10일 정씨의 변호인에게 정씨의 체류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이어 학교 기숙사 등을 수색한 것이다.

정씨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소장에서 “비(非)시민권자의 정치적 견해 표현이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민당국의 구금 및 추방 위협이 처벌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당국은 팔레스타인 시위 주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이나 학자들을 잇따라 체포해 추방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ICE는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시위에 관여한 이들을 잇달아 체포 중이다

정 씨는 아직 ICE에 체포되지는 않았으며, 변호인단은 그녀의 현재 위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씨는 뉴욕경찰(NYPD)에 의해 바너드칼리지 앞 시위 현장에서 체포돼 경범죄 혐의로 ‘출두 티켓’을 받고 풀려났으며, 학교 측은 그녀가 학교 규정을 위반했다는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해부터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해왔지만 단체 대표나 협상자 역할을 한 적은 없으며, 단지 학교 이사회 인사들의 사진과 “집단학살 공모 혐의자”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유학생들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정 씨 외에도 커넬대의 대학원생 모모두 탈과 캐나다로 출국한 란자니 스리니바산 등도 추방 대상이 됐다.

연방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정 씨가 바너드 시위 당시 “친하마스(pro-Hamas) 시위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그녀에 대한 추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변호인단은 “정부가 정치적 의견 표현을 억압하는 맥카시즘식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정씨의 변호인 나즈 아흐마드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 A+ 학생이 단지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추방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송은 정부가 정씨를 체포, 구금, 이송 또는 추방하지 못하도록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며 헌법상 보호되는 발언과 정치적 표현을 이유로 비시민권자를 표적으로 삼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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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기자
정윤서씨/CLEA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