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아, 미래로 달아나자”…팬들에게 온기 건넨 BTS

방탄소년단 새 앨범 ‘BE’…무게 내려놓고 자연스런 20대 청년으로

운전대를 잡은 방탄소년단 뷔가 차창 너머를 바라본다. 멀리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뷔는 생각이 많아진 듯 턱을 쓰다듬는다. 방탄소년단이 20일 발표한 새 앨범 ‘BE’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은 방탄소년단이 1년여 전 4만3000여 명 ‘아미’ 앞에서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을 펼친 곳. 올해 봄부터 이곳에서 새 월드투어를 시작하려던 방탄소년단은 다시 주경기장 무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방탄소년단 ‘라이프 고스 온’ 뮤직비디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모두의 일상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월드스타가 되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이들의 삶도 문득 속도가 느려졌다.

‘BE’에서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우리 이렇게 지냈다’며 팬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올해 2월 발표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이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에서 ‘톱스타의 무게’를 무겁게 고민했다면, ‘BE’는 일상을 살아가는 20대 방탄소년단을 힘을 빼고 보여준다.

‘라이프 고스 온’ 뮤직비디오 속 모습들도 세계관 속 캐릭터나 화려한 아이돌보다는 팬들에게 익숙한 그 일곱 청년에 가깝다. 기타를 치는 슈가나 분재에 물을 주는 RM 등 팬들이 알아볼 법한 멤버들의 실제 취미가 등장하고, 함께 게임을 하거나 피자를 먹는다.

멤버 정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뮤직비디오 영상은 아날로그 감성이 강하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나 그래픽 대신 먼지 쌓인 자전거와 흑백사진이 나온다. 음악 전반에도 따뜻한 정조가 흐르는데 코로나19 시대 느끼기 힘들어진 인간적 온기를 강조한 인상을 준다.

‘라이프 고스 온’은 “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 여기 넘어져 있는 나”를 털어놓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사실 공연을 하고 팬들을 만나는 게 굉장히 큰 의미이자, 꼭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못하게 되니까 내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지민, 20일 기자간담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팬들을 향해 이들은 음악이란 매체를 빌려 말한다. “사람들은 말해 세상이 다 변했대 /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라고 하며 특별한 정서적 유대를 재확인한다. 그러면서 “여기 내 손을 잡아 / 저 미래로 달아나자”고 청한다.

“많은 시간 덕에 이런 노랠 쓰네 / 이건 너를 위한 노래”(‘잠시’)나 “바로 지금 난 널 생각해 / 니가 어디에 있던지 / 그게 뭐가 중요해”(‘스테이’) 등의 가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청자도 팬들이다.

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비밀을 남에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저희 고민을 좋아해 주고 들어주는 팬분들께는 음악으로 공유를 하는 것”이라며 “음악이 팬들과 함께하는 공유 일기장”이라고 말했다.

팬들은 열광적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공개된 ‘라이프 고스 온’ 뮤직비디오는 공개 4시간 남짓 만에 유튜브에서 2천만 뷰를 넘어섰다. 앨범 판매량은 한터차트 기준으로 이날 170만여장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