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면을 마련하기 위한 전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미국의 동맹들이 혹시 모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첫 집권 당시 사실상 외교적 고리가 전무한 상태에서 고강도의 보복 관세를 포함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유의 돌발 행동에 당할 대로 당한 각국이 사전 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 각종 여론 조사에서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선을 6개월여 남겨 놓고 선거 결과를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자 각국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 모두에 대한 보험들기에 한창인 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인맥 찾기조차 쉽지 않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공들이기가 한층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고율의 관세로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을 맞은 독일은 트럼프 2기에 대비해 일찌감치 주 단위에서 네트워킹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 BMW가 진출한 오클라호마, 아칸소, 앨라배마 등 공화당 성향 주들에서부터 차근차근 진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민 및 펜타닐 문제로 미국과 긴장과 공조 사이의 줄타기를 하는 멕시코 상황은 한층 다급하다.
멕시코 집권 여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자국의 외교장관을 지낸 마르첼로 에드바드를 차기 외교장관으로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일본 역시 과거 트럼프 인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유명한 ‘골프’ 회동 당시 통역을 담당한 다카오 스나오를 중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전날 뉴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기도 했다.
현직 정부의 핵심 관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회동했고, 지난 17일에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또 지난 8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을 만났고, 지난달에는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저택인 마러라고를 방문했다.
다만 올해 예정된 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영국 노동당은 트럼프 당선 시 관계에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노동당 외교장관 지명자인 데이비드 래미가 타임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나치에 소시오패스’라고 맹공한 전례가 대표적이다.
래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와 만나는 등 네트워킹 방안을 모색중이다.
호주의 경우 트럼프 재임 때 총리를 지낸 주미대사 케빈 러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드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 비판을 거둬들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약간 나쁜 사람이다. 그가 적대적이라면, 그 자리에 오래는 못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로이터는 한국은 이들 나라들과 대조되는 ‘로키’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직접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을 접촉하기보다는 로비회사들을 이용해 기류를 파악하는 이른바 ‘스텔스 모드’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워싱턴의 로비거리에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포함해 통상 및 투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한국인들로 들끓는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줄이 있는 로비회사로는 플로리다 기반의 브라이언 밸러드가 설립한 밸러드 파트너스가 대표적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