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단속도 인종차별?

뉴욕서 ‘거리두기 위반’ 체포 40명 중 35명이 흑인

유색인종 과잉단속 논란…일광욕 백인은 안 잡아

미국에서 경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핑계로 유색인종을 마구 잡아들이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뉴욕 경찰의 사회적 거리두기 법 집행을 둘러싸고 흑인과 히스패닉 거주자가 많은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9일 뉴욕 경찰이 브루클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문제로 한 남성을 체포하는 장면 [AP=연합뉴스]
뉴욕시 브루클린 지방검찰청에 따르면 3월17일부터 5월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으로 관내에서 모두 40명이 체포됐는데 이 중 35명이 흑인으로 집계됐다. 히스패닉이 4명이고 백인은 단 1명뿐이었다.

전체 체포 사례의 3분의 1 이상이 흑인이 많이 사는 브라운스빌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클린에서 백인 비중이 높은 파크슬로프에서는 한 명도 체포되지 않았다.

뉴욕시 전체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으로 3월16일∼5월5일 최소 120명이 체포되고, 500건 가까운 소환장이 발부됐으나 인종별 세부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온라인에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체포되는 동영상들이 올라와 뉴욕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최근 흑인 거주자가 많은 뉴욕의 한 동네에서 경찰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문제로 다투다가 한 주민을 주먹으로 때려 기절시킨 사건이나, 지난 2일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한 식료품점 앞에서 경찰이 행인과 다투다가 주먹으로 때리고 수갑을 채운 사건 등이 그 사례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백인들이 로어맨해튼, 윌리엄스버그, 롱아일랜드시티의 공원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는데도 경찰은 전혀 간섭하지 않고 오히려 마스크를 나눠주는 영상이 공개돼 대조를 이뤘다.

이 때문에 과거 유색인종을 위주로 시행됐던 ‘신체 불심검문'(Stop and Frisk) 정책이 부활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지만,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흑인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뉴욕시와 뉴욕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루클린을 지역구로 둔 하킴 제프리스(민주) 하원의원은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유색인종 지역사회에 대한 과도하게 공격적인 경찰력 집행의 새 시대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 경찰의 과도한 법집행에 법원 또는 검찰이 제동을 거는 경우도 많다.

경찰은 지난 주말 브라운스빌과 이스트뉴욕에서 모두 7명을 거리두기 위반 혐의로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기소가 기각 또는 유예됐다.

완연한 봄날씨를 즐기는 뉴욕 시민들 [EPA=연합뉴스]